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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평점 :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을 펼처 든 순간 나는 그녀의 처절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빼곡이 적힌 글에서 그리고 그림에서 자신이 고통스럽다고 온통 외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진정으로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직관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간 그녀의 일기는 처절하고 아름답다. 자신의 발이 떨어져 나가고 몸이 불에 활활 타오르는 그림을 보며 그만큼 괴로웠을 그녀의 고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녀의 고통의 시작은 심각한 사고 두가지. 그녀는 말한다,
“일생동안 나는 심각한 사고를 두 번 당했다. 하나는 16살 때 나를 부스러뜨린 전차이다. 두 번째 사고는 바로 디에고다. 두사고를 비교하면 디에고가 더 끔찍하다.”
프리다가 탄 버스가 전차와 충돌했고 전차의 철재 난간이 부러져 그녀의 옆구리를 뚫고 골반과 자궁을 관통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골반뼈는 세 동강이 나고 요추의 세 곳,쇄골과 갈비뼈가 부서지고 왼쪽 다리에는 골절이 열 한군데나 있었고, 오른발은 탈구된 채 으깨졌다.
그럼에도 프리다는 강인했다. 그녀는 “죽음이 나를 이기지 못하도록, 나는 죽음을 놀리고 비웃는다”라고 말하곤 했다.
두 번째 사고인 디에고의 만남. 그 당시 디에고는 42살의 유부남이었고 프리다는 21살이었다. 이러한 여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디에고는 바람둥이였으며 끊임없이 염문을 몰고 다녔고 심지어는 프리다의 동생 크리스티나와도 바람을 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장엔 온통 디에고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다.
“나의 디에고, 나의 수천년의 사랑” 프리다 칼로는 디에고를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고 표현한다. 바람둥이인 디에고가 그만큼 사랑을 받을 만한 인물인 것인지...가슴이 뜨거운 그녀의 절절한 사랑에 안타깝기만 하다.
디에고:
그 어떤 것도 당신의 손과 비교할 수 없어요. 그 무엇도 당신의 녹색 눈빛과 비교할 수는 없죠. 내 육체는 매일 당신으로 인해 충만합니다. 당신은 밤의 거울, 맹렬한 섬광, 비옥한 땅입니다. 당신의 품은 나의 쉼터이지요. 내 손끝은 당신의 피를 만집니다. 당신이라는 원천으로부터 움트는 생명을 느끼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입니다=그것은 당신으로 채워진 내 모든 신경의 길목에 핀 꽃입니다.
아무도 모른다.내가 디에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나는 그 무엇에도 디에고가 상처입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그를 귀찮게 하지 말기를,그리고 삶에 대한 그의 활력을 빼앗지 말기를.
그가 자신이 욕망하는 대로 살기를.그리기를,보기를,사랑하기를,먹기를,잠들기를,혼자이기를,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기를, 하지만 결코 그나 슬프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만약 나에게 건강이 있다면 그에게 모두 주고 싶다.
만약 나에게 젊음이 있다면 그는 그 모두를 가질 수 있으리라.단지,나는 당신의 어머니 만은 아니다.
당신이 태양인 나무를 목마른 채로 두지 말아요.
당신의 씨앗을 품었던 나무를 “디에고” 사랑의 이름이여.
꿈을 꾸는 듯 몽환적으로 보이는 일기장의 그림은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나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나의 현실을 그릴 뿐”이라며 초현실이라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다독가였으며 해박한 그녀는 신화의 상징,시대 상황 비판, 처절한 고통을 그림에 녹여서 감각적으로 또 파격적으로 과감히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나는 붕괴 자체이다” 라는 말이 쓰여진 그림 속에 프리다 칼로가 그린 여인은 기둥 위에 허리가 걸쳐져 있고 한쪽 다리가 없으며,팔과 손,얼굴 등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번째 사진)
그녀는 늘 유머러스하고 농담도 잘하고 쾌활했지만 그녀의 삶은 병든 육체와의 싸움이었고 고통 그 자체였다.프리다는 오른발이 괴사하여 절단해야 했는데 그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발이 왜 필요하지? 내게는 날개가 있는데”
그러나 프리다 칼로는 이처럼 고통의 연속이엇던 운명을 탓하지 않았다.
“비둘기는 실수했다. 실수를 하고 있었다” 면서 그저 비둘기가 실수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신이 프리다를 진정한 예술인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그에게 고통을 몰빵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자화상과 여러 가지 그림을 직설적으로 그리며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서 승화해 낸 그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눈물겹다. 33번의 외과 수술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살아보려한 프리다칼로. 그녀를 보며 나 또한 나약해지지 말고 힘내서 살아봐야지 하는 용기가 샘솟는다.
그리고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그리고 결코 돌아 오지 않기를” 이렇게 말하면서 일기를 마감한다. 이번 생이 힘들었을 프리다 칼로가 진정으로 편히 쉬라고 토닥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