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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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의 일기장을 펼처 든 순간 나는 그녀의 처절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빼곡이 적힌 글에서 그리고 그림에서 자신이 고통스럽다고 온통 외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진정으로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직관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간 그녀의 일기는 처절하고 아름답다. 자신의 발이 떨어져 나가고 몸이 불에 활활 타오르는 그림을 보며 그만큼 괴로웠을 그녀의 고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녀의 고통의 시작은 심각한 사고 두가지. 그녀는 말한다,

일생동안 나는 심각한 사고를 두 번 당했다. 하나는 16살 때 나를 부스러뜨린 전차이다. 두 번째 사고는 바로 디에고다. 두사고를 비교하면 디에고가 더 끔찍하다.”

프리다가 탄 버스가 전차와 충돌했고 전차의 철재 난간이 부러져 그녀의 옆구리를 뚫고 골반과 자궁을 관통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골반뼈는 세 동강이 나고 요추의 세 곳,쇄골과 갈비뼈가 부서지고 왼쪽 다리에는 골절이 열 한군데나 있었고, 오른발은 탈구된 채 으깨졌다.

그럼에도 프리다는 강인했다. 그녀는 죽음이 나를 이기지 못하도록, 나는 죽음을 놀리고 비웃는다라고 말하곤 했다.

두 번째 사고인 디에고의 만남. 그 당시 디에고는 42살의 유부남이었고 프리다는 21살이었다. 이러한 여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디에고는 바람둥이였으며 끊임없이 염문을 몰고 다녔고 심지어는 프리다의 동생 크리스티나와도 바람을 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장엔 온통 디에고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다.

나의 디에고, 나의 수천년의 사랑프리다 칼로는 디에고를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고 표현한다. 바람둥이인 디에고가 그만큼 사랑을 받을 만한 인물인 것인지...가슴이 뜨거운 그녀의 절절한 사랑에 안타깝기만 하다.

 

디에고:

그 어떤 것도 당신의 손과 비교할 수 없어요. 그 무엇도 당신의 녹색 눈빛과 비교할 수는 없죠. 내 육체는 매일 당신으로 인해 충만합니다. 당신은 밤의 거울, 맹렬한 섬광, 비옥한 땅입니다. 당신의 품은 나의 쉼터이지요. 내 손끝은 당신의 피를 만집니다. 당신이라는 원천으로부터 움트는 생명을 느끼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입니다=그것은 당신으로 채워진 내 모든 신경의 길목에 핀 꽃입니다.

 

아무도 모른다.내가 디에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나는 그 무엇에도 디에고가 상처입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그를 귀찮게 하지 말기를,그리고 삶에 대한 그의 활력을 빼앗지 말기를.

그가 자신이 욕망하는 대로 살기를.그리기를,보기를,사랑하기를,먹기를,잠들기를,혼자이기를,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기를, 하지만 결코 그나 슬프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만약 나에게 건강이 있다면 그에게 모두 주고 싶다.

만약 나에게 젊음이 있다면 그는 그 모두를 가질 수 있으리라.단지,나는 당신의 어머니 만은 아니다.

당신이 태양인 나무를 목마른 채로 두지 말아요.

당신의 씨앗을 품었던 나무를 디에고사랑의 이름이여.

 

 

 

꿈을 꾸는 듯 몽환적으로 보이는 일기장의 그림은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나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나의 현실을 그릴 뿐이라며 초현실이라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다독가였으며 해박한 그녀는 신화의 상징,시대 상황 비판, 처절한 고통을 그림에 녹여서 감각적으로 또 파격적으로 과감히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나는 붕괴 자체이다라는 말이 쓰여진 그림 속에 프리다 칼로가 그린 여인은 기둥 위에 허리가 걸쳐져 있고 한쪽 다리가 없으며,팔과 손,얼굴 등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번째 사진)

 

그녀는 늘 유머러스하고 농담도 잘하고 쾌활했지만 그녀의 삶은 병든 육체와의 싸움이었고 고통 그 자체였다.프리다는 오른발이 괴사하여 절단해야 했는데 그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발이 왜 필요하지? 내게는 날개가 있는데

 

그러나 프리다 칼로는 이처럼 고통의 연속이엇던 운명을 탓하지 않았다.

비둘기는 실수했다. 실수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저 비둘기가 실수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신이 프리다를 진정한 예술인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그에게 고통을 몰빵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자화상과 여러 가지 그림을 직설적으로 그리며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서 승화해 낸 그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눈물겹다. 33번의 외과 수술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살아보려한 프리다칼로. 그녀를 보며 나 또한 나약해지지 말고 힘내서 살아봐야지 하는 용기가 샘솟는다.

 

그리고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그리고 결코 돌아 오지 않기를이렇게 말하면서 일기를 마감한다. 이번 생이 힘들었을 프리다 칼로가 진정으로 편히 쉬라고 토닥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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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의 거장들 - 매 순간 다시 일어서는 일에 관하여
데비 밀먼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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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제법 단단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잘 해 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최근 몇 년 머피의 법칙처럼 빵빵 터지는 사건, 사고. 미신을 안 믿는 나였지만 정말 삼재인가 생각이 들만큼 다사다난 했다. 주변 지인들조차도 사건이 많았던 최근 몇해. 나의 멘탈은 흔들리고 있었다. 몸에 병도 왔고 집안에 직장에 일도 많고 마음도 힘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얼른 읽고 싶어서 신청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이었고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56명이나 되어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역시 읽기를 잘했다. 여느 자기개발서에서 나오듯이 이렇게 해라하고 지시하는 방식이 아닌 데비밀먼이 멘탈의 거장들을 만나 마음을 터놓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팀 페리스는 추천의 말에 데비밀먼이 세상만사가 다 귀찮은 염세적인 여행자조차 데비와 마주 앉으면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맛볼 것이라고 하면서 그녀의 공감능력을 칭찬했다. 저자인 데비밀먼은 20년간 버거킹,펩시,하겐다스,네슬레 등 세게적인 브랜드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로 일해온 여성이다.그러한 그녀가 이제 커뮤니케이션의 대가가 되어 뛰어난 통찰과 배려 깊은 공감으로 멘탈의 거장들을 만나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였다.

 

멘탈의 거장들에게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져 어둠속에서 오래 방황한 시간들이 있었고 그들조차도 매일의 순간은 두렵고 겁난다. 끔찍한 과거와 예기치 않은 사건, 병마나 장애, 사회 편견과 싸운 그들의 과거들. 담담하게 이야기 하지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억들.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들이라서 더 애정이 가고 마음의 위안이 된다. 나 또한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를 붙들고 서 있는 내가 안쓰럽기도 하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거짓이고 실수를 무서워 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다.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인 팀 페리스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성공한 그였지만 과도한 온라인 공격과 절친의 죽음,여자 친구와의 결별 등으로 우울삽화(기분 저하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및 행동의 변화가 나타남)50회 넘게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시기 우연히 팀 페리스를 만난 한 지인이 그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울음을 터뜨렸다고도 한다. “이런 세상에! 페이스북 보고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페이스북에서야 누구나 다 잘사는 것처럼 보이지그런 그가 우울을 극복한 방법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만나서 바보 같은 생각을 멈추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 또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약간의 간극을 두고 잠깐 멈춰 보자.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나 스스로 선택하겠어하는 태도로 접근 하는 것.그리고 하향나선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두려움을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예방하는 것.

 

 

그리고 미국이라는 사회의 자유분방함과 열린 사고도 책을 읽으면서 실감하였다. 다섯파트에 걸쳐 다뤄진 56명의 인물들 중에는 동성애자도 있고 특별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이 나오는데 이런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고 능력을 존중해주는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다 소개 하고 싶을 만큼 멋진 분들이 많지만 몇 사람의 말만 적어 보겠다.

 

저는 작가로서의 나 자신을 위해 무자비한 전사이자 후레 자식이 되어야 했어요

가장 의미있고 중요한 것은 하나의 질문 <내가 정말 이것을 하고 싶은가?>로 귀결된다

-[와일드]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는 자기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욕구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환영받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잊고 타인의 완벽함에 몰두하고 싶어서죠.”

이런 것이 사랑의 아이러니에요. 사랑이 주는 안정감 덕분에 다른이에게 숨기는 온갖 종류의 문제적인 모습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드러내 보인다는 것이.”

부모들 대다수는 자기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 확인시켜주기 위해 터무니 없이 많은 시간을 들여요. 그리고 그 대가로 아이들에게 상당히 고약한 행동을 돌려 받죠. 그런 행동도 함아낼 수 있다는 걸 부모가 보여준 셈이니까요.”

-알랭드보통-

 

성공만큼이나 실패도 끌어안아야 한다. 밀크바에서 경계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계량을 잘못 했거나 너무 오래 구웠거나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했거나 레시피 테스트를 실패한 덕분이었다. 상황이 어려워질 때 그걸 견뎌내고 창의성을 발휘하면서 진짜 당신이 누구인지가 드러난다. 태워버린 쿠키를 끌어안고 또 끌어안으라.”

-[밀크바]를 개발한 크리스티나 토시-

 

 

많은 거장들의 역경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면 어둠의 미로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이 참신하고 버릴 말들이 없어 좋았다. 그러나 책에 너무 많은 사람이 나와서 단숨에 읽기는 좀 힘들어서 천천히 한 사람씩 차근차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분명 마음의 위로가 되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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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아르떼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경arte 특별취재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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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1

 

 

요번 겨울 너무나도 보고 싶던 전시회가 있었다. 바로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으로 열린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시회 가기전 이 책을 미리 읽고 가면 작품들이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책을 신청했다.

 

해가지지 않는 방대한 제국을 건설한 합스부르크 가문. 유럽 세계사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 합스부르크 왕가의 인물들은 컬렉터라고 할 만큼 광적인 수집가들이었다.

지금의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조그만 한 나라에 불과하지만 그 당시 합스부르크가는 독일을 비롯한 중부유럽,북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스페인을 아우르는 거대한 영토를 점령하고 있었고 통치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카를 5세 이후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계열로 분리되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16세기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을 통치했고 17세기에 종교적 갈등으로 일어난 30년 전쟁과 18세기 스페인과 신성 로마 제국 왕위 계승 전쟁의 중심에 있었으며,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더구나 서양미술사에 중요한 루벤스,벨라스케스,안토니 반 다이크 같은 화가들의 후원자였으니 이들의 컬렉션을 살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합스부르크가에 대한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

 

1.합스부르크 왕가에는 주걱턱이 많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순수 혈통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근친혼을 고집했는데 이는 대를 이어서 유전병과 기형을 초래하였다.가장 특징적인 것이 바로 주걱턱. 얼마나 심했으면 합스부르크 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2.정략결혼으로 유럽을 지배하였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했지만 합스부르크 가는 정략결혼을 통해 동맹을 다지며 결혼하였다.그리하여 온 유럽에 합스부르크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 귀족이 없는 지경에 이른다.‘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역시 15살에 외삼촌 레오폴트 1세와 정략결혼을 했고 결혼후에도 남편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3.합스부르크 왕가는 하나가 아니다.

카를 5세는 방대한 영토를 건설하여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영토를 다스리는 데 문제를 느껴 합스부르크 제국을 스페인과 독일(신성로마제국)로 두조각 냈다.이로써 합스부르크 왕가는 오스트리아계와 스페인계로 완전히 분리되었다.

 

4.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계보를 이어나갔다.

5.나폴레옹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프란츠 2세의 딸 마리 루이즈와 결혼하기도 했다.

6. 일본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의 주인공 마리 앙투와네트는 마리아 테레지아의 15번째 자녀이자 막내딸이었다.

7.여성궁정 화가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8.마리아 테레지아는 합스부르크 왕가 역사상 유일한 여성 통치자로 오스트리아 근대화의 주역이다.그리고 16명의 자식을 낳고 딸들을 대부분 정략 결혼 시켰다. 마리아 테레지아를 비롯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자들에 대해서는 뮤지컬 등으로도 만들어 질 정도로 스토리가 많으니 다음 피드에서 더 언급해 보겠다.

 

9.모차르트, 살리에리,하이든,베토벤,슈베르트 등은 오스트리아가 낳은 클래식의 거장들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것처럼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인 것은 아니다. 둘은 한 때 라이벌이었지만 나중에는 공동으로 작곡을 하는 등 친구 관계를 회복하였다.

 

합스부르크가의 초상화들과 함께 적어져 있는 그들의 역사가 너무너무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리고 그들의 수집품들이 너무나도 황홀하고 아름답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작품전을 벌써 집에서 다 감상했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책 잘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작품을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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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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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타치에 지음

 

감성 자극하는 하이틴 로맨스 같은 블링블링 표지를 보고 반해서 이 책을 신청했다. 순정 만화체의 두 남녀 학생이 바다에서 손 잡고 웃고 있는 그림에 해피엔딩이라니 귀염뽀짝한 상큼이 톡 터지는 그런 느낌일 것 같았다. 마음 속에 청량함이 그리웠었기에......보석병이라는 불치병을 앓는 소녀라니 소재가 신선했다. 퇴근 후 바로 소파에 엎드려 읽기 시작한 것이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단숨에 다 읽어 내려갔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엔딩을 맞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피엔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이야기는 리나와 쇼타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쓰여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리나는 보석병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보석병은 심장에 종양이 생기는 병인데 그 종양이 마치 보석처럼 아름다워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물방울이라는 보석이 생기는 이 병은 그 사람의 인생에 따라 보석의 색이나 빛깔이 바뀐다고 하는데...이 보석은 사후에 꺼내져 그대로 보석으로 다뤄진다고 한다. 종양 자체는 양성종양으로 제거하면 되지만 백퍼센트 재발하므로 완치가 안되고 재활이 어렵고 고통스러워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한다.(이런 병이 실제로도 있나 싶어 찾아봤네요.)

 

어렸을 때 화재로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 혼자 어린 동생들을 힘들게 키우는 가정 환경을 생각해 리나는 수술을 받지 않기로 하고~ 그리하여 리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1년 남짓. 1년 동안 몸에 지닌 보석이 더 없이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눈부신 인생을 살아보기로 한다. 절친도 만들고 연인도 사귀고 대학에도 진학하려고 계획을 짜고 마침내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결심하고 만나게 된 쇼타. 꿈이 없이 지내던 쇼타는 리나의 M대학 캠퍼스 커플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어 주고자 열심히 공부한다. 같이 스터디를 하게 된 친구들 중 가시와기가 쇼타를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쇼타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안된다고 하는데....

 

한편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하고 컨닝사전 사건을 뒤집어 쓰기도 하는 헌신적이고 다정한 미사토. 리나는 미사토와 친해지기 위해 애쓰지만 미사토는 스스로가 다정하지 않고 감정없는 헌신이었다고 한다.

 

(이후로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뒤에 나오는 쇼타는 미사토다. 그러므로 뒤의 쇼타의 이야기는 미사토의 이야기라는 말.

엄마와 4명의 동생을 위해 수술을 하지 않고 죽어서 보석을 남기겠다는 리나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희생하는 것만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친구 미사토를 만나면서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 자기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조금씩 바뀌어간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게 되는데...리나는 해피엔딩이라고 하고 쇼타는 베드엔딩이라고 하는 픗픗한 성장 사랑 스토리. 여느 이야기들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비극적인 결말도 아니지만 안타깝고 감동적이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 반전에 반전도 독특하고 재미있고 알콩달콩 풋풋한 아이들의 로맨스가 다 죽어 가는 연애 세포를 건드려 주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슬픔이라면 슬퍼할 시간에 노력한다, 그게 내 좌우명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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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거래자의 첫사랑
국슬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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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 [기억거래자의 첫사랑]

 

#국슬기 지음

 

15살 이전에 기억이 하나도 없는 지한. 그는 거액의 돈을 받고 사람들의 기억을 골라 없애주는 기억거래자이다. 그는 기억거래라는 일을 하면서 25살의 젊은 나이에 거액의 돈을 모았다.

어느 날 지한은 우연히 길에서 영선과 마주쳤고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기억스크린에 어린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영선이 누구인지 자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서 그녀를 따라간 지한. 영선은 지한과 어린 시절 절친이었고 첫사랑이었다. 지한은 영선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것을 알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한다. 그리고 지한이 무엇인지 모를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지운 또다른 기억거래자인 스승을 찾아가 일을 풀어나간다. 그러다가 지한은 자신이 영선의 기억을 실수로 지운 것을 알고 기억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스승과 영선 아버지와의 악연도 알아내고 아버지를 구해주고 원수도 갚아준다. 물론 영선의 기억도 되찾아준다.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준다는 기억거래자라는 독특한 설정이 너무 참신하고 신선하다. 나의 기억을 읽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의 마음을 다 들킨다면 무지 부끄럽겠지. 그리고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것 같다. 연인이라도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도 있기도 한데 생각마저 다 읽어버리면 넘 자유가 없지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지한이 원하는 걸 다들어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목숨을 걸고(눈이 멀고 기억을 다 잃게 됨) 영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조각을 찾아주는 모습은 심쿵하고 감동적이다. 누가 이렇게 나를 사랑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며 영선이 되어 대리만족을 해본다. 기억거래자 지한의 깊은 사랑을 알기에 기다려주고 그를 다시 보듬어 사랑을 만들어 가는 영선의 사랑 또한 감동이다.

마지막에 기억거래본부의 수장인 K가 기억이식술을 개발해서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지한의 눈을 고쳐주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지한이 시력을 되찾아 사람들의 기억을 찾아주게 되는 좋은 일을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품게 해준다. 요런 해피한 열린 결말은 나의 마음도 희망으로 차게 해주어 즐겁다. 그래서 작가님 넘 감사하다.

첫사랑에 대한 희미한 흔적. 그 흔적을 따라 찾아가는 첫사랑과의 재회. 그리고 사라진 기억 너머로 잊히지 않고 다시 찾게 된 첫사랑. 너무나 설레고 감동적이다. [기억거래자의 첫사랑]을 보고 나의 사랑했던 예전 기억도 떠오르고 가슴도 촉촉해진다. 그 마음 떠올리며 서로 따뜻한 사랑하는 나날들 되기를 바란다. 나도 친구님들도~^^

 

기억에 남는 구절 몇 남겨본다.

 

생각해보라고 했잖아.원하는거,”

 

잃어버린 걸 되찾고 싶어.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내 첫사랑을.”

 

Q.‘기억거래자란 무엇인가요?

A.타인의 기억을 읽고 뺴앗을 수 있는 사람. 의뢰를 받고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이들이에요. 그들이 대가로 받는 돈은 어마어마죠.

 

Q기억은 어떻게 읽는 거죠?

A.눈을 통해서 읽어요.기억이 영상처럼 보이는 거에요. 그들과 10초 이상 눈을 맞추면 기억스크린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Q.왜 지금까지 기억거래자에 대한 제보가 없었을까요?

A.거래가 끝나는 순간 기억 거래자를 만난 기억도 함께 사라지니까요.

 

비로소 너를 찾았다는 눈빛.그래서 눈을 뗄 수 없는 사람이 있죠.”

 

지금 저를 봤다면 그게 어떤 눈빛인지 바로 알 수 있었을테니까요.”

 

오랜만이야,이지한.”

 

이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를 통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썼습니다.

 

#기억거래자의첫사랑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국슬기 #서평 #첫사랑 #고즈넉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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