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은 아직 - ‘처음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 프로젝트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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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나는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눈에 딱 들어왔다.

 극적인 부자 상봉으로 얼싸 안고 엉엉 울고 회포를 푸는 그런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부자상봉이 엄청 간결하다. 25년만에 통화도 한번 한적 없이 나타난 아들은 아버지를 아저씨라 부르고 고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놀라지도 않는다. 왜 찾아 왔는지 궁금하지만 묻지도 않는다. 아들은 다짜고짜 찾아와서 한달만 머무르자고 한다.

  이 아들 도모는 주인공 가가노가 우연히 소개 받은 미쓰키와 술김에 하룻밤을 보내면서 생긴 아이였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걸 기뻐하지 않는 사람에겐 아빠가 될 권리가 없다면서 미쓰키는 가가노에게 경제적 지원만을 요구하고 가가노는 동의한다. 가가노는 매달 10만엔을 보냈고 미쓰키는 매달 ‘10만엔 받았습니다.’라는 글만 쓰인 쪽지와 함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냈고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들의 교류는 끝이 났다. 그런데 몇 년만에 사진으로만 보던 아들 도모가 잠시만 머물게 해달라고 갑자기 찾아온다.

 

  가가노는 그런대로 인기가 있는 작가이지만 히키코모리다. 일주일에 겨우 한번 생필품을 사러 나오는 정도이고, 방을 벗어나지 않고 글만 써서 사회성 제로이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아들 도모는 이웃들과 넉살좋게 잘 지내고 말도 걸어주며 가가노를 사회화시킨다. 이웃과의 교류 뿐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조차 일체 끊고 별문제가 없더라며 무심하게 지내던 가가노가 도모에 의해 세상과 교류하기 시작하는 것이 재미있다. 가가노가 도모를 위해 다이후쿠, 가린토, 가라아게쿤 등의 음식을 사고 도모 때문에 알게 된 모리카와씨와도 교류하게 되는 모습은 흐뭇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주위와의 교류를 하지 않던 가가노가 어린아이처럼 서툴게 하나하나 배워가며 적응해 가는 과정이 우습고도 귀여웠다. 그런 걸 이제까지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안타깝기도 하였다. 소설과 현실을 비교해보는 가가노가 자신과 도모가 처한 상황을 소설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는 장면도 무척 재미있다. 아들이 떠나는 날 가가노의 대사가 인상 깊다.

아니야,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아.너를 만난 적이 없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그리고 그의 마음. 깨닫는 것은 늘 끝을 맞이하고 나서라는 안타까움. 그이후 어두워지던 그의 소설이 밝아지는 것도 기쁜 일이었다.

 

  거의 마지막 부분의 반전. 히키코모리 아버지가 자식을 버리고 미혼모 어머니가 아이를 혼자 키웠는데 원망과 눈물이 아닌 유쾌한 결말. 남들과의 관계에 익숙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가가노가 변해가고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책을 읽어 보실 분들을 위해 결말은 살짝 숨겨둔다. 진정한 가족을 찾아가는 과정.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결국은 해피엔딩. 정말 재밌고 기분좋게 읽은 책이다.

 

  세코마이오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걸작은 아직>을 통해 결손가정을 다루는데 이 이야기들은 슬프게 흐르지 않고 담담하다 못해 쿨하다. 그래서 옮긴이 권일영님은 이 이야기들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범한 행복을 찾아가는 담담한 이야기들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결손이란 말은 생명이 없는 인공적인 물체에만 쓰이면 좋겠다고 하면서 한부모 가정의 구조적 결손만이 아니라 심리적 결손까지 포함하면 이세상에 결손 상태가 아닌 가족은 얼마냐 되겠냐고 한다. 그러면서 결손가정이라는 폭력용어가 다시 쓰일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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