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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ㅣ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성장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읽기를 주저했던 책이었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자 책장이 술술 넘어가면서 1권의 말미에 이르자 2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추리 소설을 능가할 정도로 다음 권의 전개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1950년대의 전후 이탈리아가 배경임에도 한국의 전후세대를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인간조건이라는 측면에서 보편성을 느끼게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춘들이 자신이 태어난 시대의 명암에 따라 인생의 굴곡이 생기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인간으로써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주인공들에 대해 측은지심이 생긴다. 또한 작가가 인물과 시대를 씨줄과 날줄 삼아 정교하게 짜놓은 소설속의 세계와 인물들이 너무도 입체적이라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시대사적인 배경으로는 박완서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비교해서 보면 재밌을 것 같고 초월적인 체험이 묘사된 어린 영혼들의 성장소설이라는 측면에서는 루이제 린저의 '유리 정원' 이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비교해 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을 듯 하다. 이탈리아인의 공동체적이고 보다 세속적인 세계관과 독일인의 보다 관념적인 세계관의 비교도 재밌을 것 같고 애증과 시기 및 질투가 섞인 자매애의 연대와 별 갈등 없이 서열이 확연히 정립된 남자들간의 관계 비교도 재미있을 듯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장은 마법적인 순간과 고통이 뒤섞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