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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ㅣ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평점 :
창조적인 프로가 되는 법
우리가 사는 '요즘 세상'은 항상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길 요구한다. 글을 쓰거나, 음악을 작곡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고전적 예술이 아니더라도 많은 현대인들은 일상 속에서 종종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콘텐츠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포토샵을 만지는 일 등이 보편화되었고 SNS를 많이 쓰면서 매일 매일 올리는 포스팅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나 역시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런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굳이 SNS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하는 상황은 너무 많다. 여기저기서 기획안을 만들어오라는 공모전이 즐비하고, 과제로 비평을 써내고 경쟁 PT를 하고,대외활동을 하면서는 디자인도 해야 한다. 아마 각자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엑셀로 특정 대상을 정리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정리하는 방식도 크리에이티브를 외치는 시대가 아닌가. 아무튼 이런 모든 콘텐츠들은 크든, 작든, 일정량의 창조성을 필요로 한다. 특히 상업예술에 관심이 많고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나에게 있어서 '창조성'이라는 키워드는 매우 중요한 단어다.
'창조적인 프로'가 되는 비법. 꽤나 유혹적인 말이다. 지금이야 학교생활을 하면서 찔끔찔끔 글을 쓰고 사진도 찍고 포토샵도 다루는 등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싶지만, 언젠가 이 취미들로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는, 자그마한 욕심이 있다. 그래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되는 법을 늘 알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창조적인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프로'가 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려주었다. 먼저 창조적인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의 특징을 알아야한다. 책의 저자 하사이시 조에 따르면 프로는 단순히 자신의 마음대로 작품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프로'는 어찌되었든 경제적인 수입을 내야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욕구와 대중성을 저울질해야한다. 그리고 그 저울의 중앙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균형을 잡아야한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그러면서도 꾸준함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프로의 조건이며, 이를 만족할 때에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프로로 거듭날 수 있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대학만해서도 두어 번의 해외연수, 여행, 어학 및 교환학생, 각종 대외활동,특별 강연, 멘토링, 봉사 등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보니 항상 꾸준함이 모자랐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텀을 보기만 해도 꾸준함은 가장 어려운 일인 듯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사이시 조는 프로로서 ‘지속성’을 강조한다. 작품의 질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바로 꾸준함이기 때문이다.
p.21
하지만 일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작곡가나 소설가,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살아갈 수 있다.
그에게 일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과 같은 존재. 작가의 말로는 1년에 300곡을 넘게 작곡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실제로 가능할지 의심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프로의 위대함이란 이런 것인지, 깨작깨작 글을 쓰는 나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작업속도였다.
p.29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과 완성된 작품이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
이 두 가지는 일맥상통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프로는 사람들의 요구에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요구에 영합해서도 안 된다.
프로로서 또 중요한 한 가지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다. 사실 이 말 자체는 굉장히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남이 보고 싶은 글’은 분명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솔로 앨범을 내면서 동시에 상업음악 작업을 같이 한다. 일의 양은 늘겠지만, 자신의 발전과 만족을 위해서 늘어난 일의 양을 감안하는 이 방식이 꽤나 인상 깊었다.
작가는 책의 전부분에 걸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창조성의 비법을 여기저기 녹여낸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방법들은 크게 일정한 생활패턴 유지하기, 창조성 발휘를 위한 감성 연마하기, 숲을 볼 수 있는 시선 유지하기 등이다. 일정한 생활 패턴의 유지는 감정의 기복이나 개인적 상황의 변동과 상관없이 지속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앞에서 언급한 프로로서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그리고 감성 연마하기는 바로 여러 경험을 의미한다. 다양한 소스에서 풍부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만큼 안 가본 곳에 가보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바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밑 작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숲을 보는 시선은 쉽게 말해 전체적인 구조를 인지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1에서 10까지 해결해야하는 문제나 생산 해내야하는 작품이 있다면 전체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1에서10까지 동시에 작업을 해야 한다. 즉 큰 틀을 계속 유지해 나가면서 세부적인 작업도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는 말이다. 마치 글을 쓸 때 전체적인 틀을 잡아두고 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p.25
마음만 먹으면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밤을 꼬박 새운 뒤 다음 날 아침까지도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그렇게 하면 몸에 무리가 가서 다음 날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라톤 선수와 마찬가지로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서는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말아야한다.
일정한 페이스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마음가짐도 갖추어 놓으면 기분의 파도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
_(일정한 생활 패턴 유지)_
p.52
감성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사방팔방으로 안테나를 세운 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읽어야한다.
또 직접가고, 직접 경험하고, 직접 느껴야한다.
그렇게 해서 자기 내부에 있는 지식과 경험의 양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_(감성 연마하기)_
p.78
나는 지금 한 곡씩 완벽하게 만든 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 한 곡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면 일부러 완성하지 않고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해서 앨범이라면 앨범에 수록할 전곡을, 영화음악이라면 영화에 필요한 전곡을 만든다. 그리고 전체의 모습이 어느 정도 보이면 처음부터 다시 한 곡씩 작업한다.
_(숲을 바라보는 시각)_
나는 지금도 학업에 쫓기고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면서 꾸준히 뭔가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내가 언제쯤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은 책이었다. 자유롭게 쓰인 수필이어서 일부 의견이 갈리는 지점도 있었지만 편하게 ‘창조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창조적인 프로가 되는 법, 간단해보이지만 어려운 이 방법들을 조금이나마 하나씩 실천해봐야겠다.
이 리뷰는 샘터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