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 - 나무에게 배우는 자존감의 지혜 아우름 13
강판권 지음 / 샘터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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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가까운 나무 이야기

   나무는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존재다. 아마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나무를 아니꼽게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흔히 나무는 사람의 인생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실 고작 100년 언저리를 사는 사람이 수백 년을 사는 나무를 자신에 인생에 비유한다는 것이 언뜻 말이 되지 않기는 하지만, 그러한 행위 아래에는 그만큼 나무를 친근하게 여기는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나무는 늘 사람 가까이에 있다. 비록 도시는 시골에 비해 나무의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가로수든, 집의 정원이든 어느 한 켠에는 늘 나무가 존재한다. 이는 나무가 인간에게 늘 가까운 존재라는 의미도 되지만 동시에 사람이 나무를 가까이 두길 원한다는 의미도 된다. 사실 나무에게는 사람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식물들에게 인공적인 손길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결국 나무가 사람 가까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나무를 곁에 두려고 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무 하나하나에 관심이 없다. 그저 ‘나무’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그게 무슨 나무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벚나무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나무나, 대나무나 매화처럼 특별한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상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이다. 나무를 좋아하면서 그 개별적 특징에는 관심이 없는 행위는 얼마나 모순적인가. 나 역시도 그런 모순적인 행동을 해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아는 것은 없더라도, 처음으로 나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단순히 하나의 그룹으로 뭉뚱그려진 ‘나무’가 아니가 각기 다른 자리에서 존재하는 개별적 나무에 말이다. 

  

  인문학자가 나무를 공부한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이는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게 들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가 사람의 인생을 나무의 성장과정에 비유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무를 보며 사람을 인생을 읽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무는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 우리는 나무에게서 삶의 과정을 엿본다. 나무를 바라보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직접 나무를 보면서, 나무로 인생을 논하는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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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 - 건강한 나를 위한 따뜻한 철학 아우름 14
백승영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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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철학 읽기



  철학의 가장 큰 목표는 안정된 상태를 뒤흔드는 것이다. ‘합’이라는 안정된 상태는 ‘반’이라는 철학의 등장으로 불안정한 ‘정’이 되고 다시 철학을 통하여 안정된 ‘합’이라는 상태로 나아간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철학이며 그 흔들림의 과정을 통해서, 결국은 더 안정되고 나은 상태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 역시 철학인 셈이다.  


  나는 인문학도답게 철학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학교 수업에서 여러 철학자들을 만날 때면,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예술과 관련된 미학자들이 나오면 꽤나 재미있게 수업을 듣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철학이 무척이나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철학은 어딘가에 적용되어야만 한다. 철학이 수단으로 이용되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철학이 목적 그 자체로서 우리의 인생이나 사회를 돌아보는데 중요하게 작용해야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예술이든, 인생이든,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이든 어떤 것과도 연결되지 않고 그저 이론으로서만 존재한다면 철학은 가치가 없다. 철학을 비롯한 모든 인문학을 연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고 인간의 문화를 연구하는 행위 자체는 결국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필요하다. 인문학이 우리의 인생과, 우리의 사회와 연결되지 않을 때 인문학은 그 가치를 상실한다.  


  이번 학기에는 유난히 인문학 수업이 많아서 한 학기 내내 ‘올바른 인문학의 역할’이나 ‘인문학’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철학이 우리가 방황할 때 어떤 힘을 주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철학책 자체보다는 문학이 주는 위안이 더 크다고 생각되지만, 이번 학기 내내 장기적인 무기력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나름 도움이 되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내용이지만, 중간 중간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애초에 철학은 정해진 답이 없는 학문이기 때문에 나와 저자의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으나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넘겼다. 굳이 책과 싸우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책 중간 중간에 주제와 어울리는 그림들이 들어가서 눈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림에 대한 언급이 더 있었다면, 혹은 그림이 크거나 컬러로 인쇄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물론 회화에 대한 관심이 지극한 개인적 취향이긴 했지만, 철학과 예술을 엮어서 해석하면 굉장히 재미있는 글감들이 많기 때문에, 철학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텍스트 자체가 심심하게 느껴졌다. 아우름 시리즈 자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이기 때문에 청소년에게는 적절한 듯싶지만, 대학생이나 더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는 무난하거나 약간은 심심할 만큼 쉽게 풀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처럼 하루에 한 장씩, 무난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철학에세이집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은 인생에서 ‘고통’이 생기는 이유(p.100)나 타인과의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비유(p.56), 헛된 희망을 비판하는 파랑새 증후군(p.107)에 대한 언급, 진정한 욕망을 찾기 위한 니체의 질문(p.118) 등이었다. 짧게 인용구로 이들을 언급하면서 글을 끝내려고 한다. 어쨌든 철학책을 읽는 묘미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철학자를 찾는 것과 자신의 상황에 철학을 대입해보면서 삶을 성찰하는 것이다. 철학이라고 하면 흔히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철학은 생각보다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그 흔한 좌우명도 철학의 일부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철학의 일부다. 사람들이 철학을 무서워하거나 먼 존재로 여기지 않기를 바라본다.  

p.118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바로 그 일, 네가 지금 하려고 하는 바로 그 행위, 네가 지금 하려는 바로 그 말, 그리고 현재의 네 모습. 그것들은 네가 영원히 반복하고 싶은 것들인가? 영원히 반복되기를 바랄 만한 것들인가?’ 


-니체의 이 질문은 지금 이 순간, 현재가 영원히 반복되어도 계속 설레고 기분이 좋을 만큼 그렇게 열정적으로 현재에 임하라는 뜻을 내포한다. 즉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라는 가치를 우회적인 질문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p.107 

‘희망하라, 또 희망하라’는 말도 마찬가지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희망이 긍정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희망이 망상이나 파랑새증후군 같은 것이 아닐 경우입니다. ...(중간생략)... 달리 말하면 희망이라는 것은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이는 자신의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p.100  

왜 고통이 생기는지를 먼저 생각해 볼까요?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생물학적 생명 유지가 아니라, 무언가를 늘 능동적으로 추구하고 욕망하고 바라면서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이야말로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그 생명력이 성장으로 인도하는 삶입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우리에게 바로 그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바라고 소망하는 한, 우리는 늘 불만족 상태에 있습니다.  


- 쇼펜하우어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만약 태어났다면, 차선책은 빨리 죽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말 자체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의지에 속박되는 것이, 또한 욕망에 속박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수반하는 지를 알려준다. 사람이 살아 있는 것 자체는 늘 불만족을 수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부터 고통을 얻게 된다. 너무 많이 놀거나 너무 많이 쉬거나 하면 분명 언젠가는 심심하다고 느낄 때가 오고, 늘 미래를 생각 못하고 여러 일을 벌이고 다니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안락하고 편안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것만 오늘도 사람들은 굳이 일을 벌인다. 이는 곧 그들이 살아있다는 반증이다. 살아있는 한 인간은 계속 고통 받는다. 정작 사람에게 제일 좋은 것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던 쇼펜하우어도 72살까지 장수했다. 결국 편안함을 원하면서도 끊임없이 뭔가를 원하고 고통을 겪는 것 자체가 생명력을 발산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p.55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 바싹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가시가 서로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떨어졌다. 그러자 그들은 추위에 견딜 수 없어서 다시 한 덩어리가 되었지만, 가시가 서로를 찔러서 다시 떨어졌다. 이처럼 그들은 두 악 사이를 오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은 상대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발견했다. 

                                                                                                                                                    - 쇼펜하우어, 《여록과 보유》 


- 여기서 적당한 거리란 개인과 집단 사이의 이상적 균형이다. 나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기를 즐기지 않는 개인주의자다. 나만의 시간이 있어야하고, 여러 명이 왁자지껄 모이는 자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끔씩은 그런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보면 인간은 참 모순적인 동물이다.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개인과 집단 생활의 균형이 맞아야 우리 삶이 더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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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호 열차 -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혜란 지음, 오승민 그림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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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

  이전에 한국사 공부를 하면서 홍범도 장군의 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식민지 시기에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등 일본의 제국군에 대항에서 싸웠던 이 홍범도 장군은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은 기억하지만, 그의 마지막 순간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홍범도 장군은 독립군이 일본의 탄압을 뿔뿔이 흩어질 때, 연해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503호 열차, 연해주에 사는 조선인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던 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의 허허벌판에 다른 동포들과 같이 방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연명을 위해 육체노동자로 일하다가 사망에 이르셨다. 한국사 강의를 들으면서 참 비참하고 슬프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에피소드를 다룬 책을 읽으니 문득 이 생각이 다시 떠오르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503호 열차라는 이 책은 동화책치고는 다소 사실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약간은 잔혹하게 느껴진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고려인 강제이주라는 역사적 비극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슬픔이 더 심화되는 것 같다. 이야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강제로 이주를 당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특히 기차로 이동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일들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마치 짐짝처럼 혹은 가축처럼 비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청결하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말 그대로 '버티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린 아이가 읽는 동화책에서 묘사되기엔 가혹하다. 더불어 불길하게 끝나는 결말 역시 씁쓸하고 충격적이다. 황무지에 버려졌으면서도 이들이 땅을 일구고 벼농사를 짓고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허무한 결말에 소름이 끼쳤다. 어린 친구들이 읽으면 다소 충격이 오래 갈 것같다. 물론 그만큼 우리 역사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 고려인들의 슬픈 이야기를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전에 '위안부' 이야기를 다뤘던 영화 귀향도, 그리고 이 책도, 혹은 다른 여러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콘텐츠들을 보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인간의 위대함에 가끔씩 놀라게 된다. 워낙에 극한 상황에 빠지다보면 말을 잃게 되더라도 거기서 조금만 상황이 나아져도 희망을 찾는 것이 인간이다. 놀라우리만치 긍정적인 장점이기도 하기만, 동시에 극한의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그렇게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어린 친구들이라면 책을 읽으며 이런 복잡한 감정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느끼게 될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좋고 어떤 면에서는 다소 강한 감이 있는 책이다. 동화책이지만 성인들이 오히려 잘 이해할 것 같은, 일종의 잔혹동화다. 



"찬 바람이 사방에서 휘몰아쳐요.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바다처럼 넓은 벌판과 차갑게 휘몰아치는 겨울바람, 무성한 갈대 뿐입니다.

그리고 지는 해가 갈대밭 너머에 있어요. 

누군가의 눈에서 흐르는 핏방울처럼 새빨갛고 둥근 해가."


-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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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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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프로가 되는 법

 

우리가 사는 '요즘 세상'은 항상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길 요구한다. 글을 쓰거나, 음악을 작곡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고전적 예술이 아니더라도 많은 현대인들은 일상 속에서 종종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콘텐츠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포토샵을 만지는 일 등이 보편화되었고 SNS를 많이 쓰면서 매일 매일 올리는 포스팅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나 역시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런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굳이 SNS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하는 상황은 너무 많다. 여기저기서 기획안을 만들어오라는 공모전이 즐비하고, 과제로 비평을 써내고 경쟁 PT를 하고,대외활동을 하면서는 디자인도 해야 한다. 아마 각자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엑셀로 특정 대상을 정리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정리하는 방식도 크리에이티브를 외치는 시대가 아닌가. 아무튼 이런 모든 콘텐츠들은 크든, 작든, 일정량의 창조성을 필요로 한다. 특히 상업예술에 관심이 많고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나에게 있어서 '창조성'이라는 키워드는 매우 중요한 단어다.

 

'창조적인 프로'가 되는 비법. 꽤나 유혹적인 말이다. 지금이야 학교생활을 하면서 찔끔찔끔 글을 쓰고 사진도 찍고 포토샵도 다루는 등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싶지만, 언젠가 이 취미들로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는, 자그마한 욕심이 있다. 그래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되는 법을 늘 알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창조적인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프로'가 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려주었다. 먼저 창조적인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의 특징을 알아야한다. 책의 저자 하사이시 조에 따르면 프로는 단순히 자신의 마음대로 작품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프로'는 어찌되었든 경제적인 수입을 내야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욕구와 대중성을 저울질해야한다. 그리고 그 저울의 중앙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균형을 잡아야한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그러면서도 꾸준함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프로의 조건이며, 이를 만족할 때에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프로로 거듭날 수 있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대학만해서도 두어 번의 해외연수, 여행, 어학 및 교환학생, 각종 대외활동,특별 강연, 멘토링, 봉사 등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보니 항상 꾸준함이 모자랐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텀을 보기만 해도 꾸준함은 가장 어려운 일인 듯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사이시 조는 프로로서 ‘지속성’을 강조한다. 작품의 질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바로 꾸준함이기 때문이다.

 

p.21

하지만 일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작곡가나 소설가,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살아갈 수 있다.

 

그에게 일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과 같은 존재. 작가의 말로는 1년에 300곡을 넘게 작곡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실제로 가능할지 의심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프로의 위대함이란 이런 것인지, 깨작깨작 글을 쓰는 나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작업속도였다.

 

p.29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과 완성된 작품이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

이 두 가지는 일맥상통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프로는 사람들의 요구에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요구에 영합해서도 안 된다.

 

프로로서 또 중요한 한 가지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다. 사실 이 말 자체는 굉장히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남이 보고 싶은 글’은 분명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솔로 앨범을 내면서 동시에 상업음악 작업을 같이 한다. 일의 양은 늘겠지만, 자신의 발전과 만족을 위해서 늘어난 일의 양을 감안하는 이 방식이 꽤나 인상 깊었다.

 

작가는 책의 전부분에 걸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창조성의 비법을 여기저기 녹여낸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방법들은 크게 일정한 생활패턴 유지하기, 창조성 발휘를 위한 감성 연마하기, 숲을 볼 수 있는 시선 유지하기 등이다. 일정한 생활 패턴의 유지는 감정의 기복이나 개인적 상황의 변동과 상관없이 지속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앞에서 언급한 프로로서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그리고 감성 연마하기는 바로 여러 경험을 의미한다. 다양한 소스에서 풍부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만큼 안 가본 곳에 가보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바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밑 작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숲을 보는 시선은 쉽게 말해 전체적인 구조를 인지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1에서 10까지 해결해야하는 문제나 생산 해내야하는 작품이 있다면 전체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1에서10까지 동시에 작업을 해야 한다. 즉 큰 틀을 계속 유지해 나가면서 세부적인 작업도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는 말이다. 마치 글을 쓸 때 전체적인 틀을 잡아두고 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p.25

마음만 먹으면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밤을 꼬박 새운 뒤 다음 날 아침까지도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그렇게 하면 몸에 무리가 가서 다음 날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라톤 선수와 마찬가지로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서는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말아야한다.

일정한 페이스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마음가짐도 갖추어 놓으면 기분의 파도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

_(일정한 생활 패턴 유지)_

 

p.52

감성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사방팔방으로 안테나를 세운 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읽어야한다.

또 직접가고, 직접 경험하고, 직접 느껴야한다.

그렇게 해서 자기 내부에 있는 지식과 경험의 양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_(감성 연마하기)_

 

p.78

나는 지금 한 곡씩 완벽하게 만든 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 한 곡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면 일부러 완성하지 않고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해서 앨범이라면 앨범에 수록할 전곡을, 영화음악이라면 영화에 필요한 전곡을 만든다. 그리고 전체의 모습이 어느 정도 보이면 처음부터 다시 한 곡씩 작업한다.

_(숲을 바라보는 시각)_

 

나는 지금도 학업에 쫓기고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면서 꾸준히 뭔가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내가 언제쯤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은 책이었다. 자유롭게 쓰인 수필이어서 일부 의견이 갈리는 지점도 있었지만 편하게 ‘창조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창조적인 프로가 되는 법, 간단해보이지만 어려운 이 방법들을 조금이나마 하나씩 실천해봐야겠다.


이 리뷰는 샘터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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