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외할아버지께서 손수 내려주시던 녹차를 기억한다. 따뜻한 찻잔에 맑은 노란빛 차를 쪼륵 따라주시며 마셔보라고 했다. 우리집 근처에있는 외가댁에 가서 차를 마시며 그림도 그리고 한자공부도하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시간을 보냈던 그 날이 떠오른다. 초등학생이었지만 그때부터 종종 차를 마셨다. 더운날이면 옥수수를 볶아 만든 차를 시원하게 주시기도 했고 종종 보리차, 결명차를 주셨지만 찻주전자에 정성껏 내려주신 녹차의 맛은 아직도 입안에 감돈다. 산뜻하며 쌉싸름하고 끝맛이 고소했던 그 녹차, 돌이켜보면 "세작"이었다.어릴적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해서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끔 "차"에대한 책을 읽고, 카페대신 "찻집"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차의 계절"을 읽게되었다. 취미로 다도를 배우고 여행지에선 차를 한아름 사오는 나는, 늘 차에대해 더 알고 싶고 궁금하다. 세상의 모든차를 마시고 싶다는 것이 내 소소하지만 큰(?) 바람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 잔잔하고 고요하다. 편안한 분위기로 차 한잔하며 읽기에 참 좋다. 입문자를 위한 책이구나 싶다가 끝으로 갈수록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이 나와, 초보자도 책을 정독하면 많은 지식을 얻고 가겠구나 생각이 든다. 여기 나오는 차를 보면서 신랑과 찻장에서 "오늘은 이 차를 마셔보자"하며 꺼내 함께 즐기는 시간은 참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당신과 나의 차의 계절을 매년 함께 즐길 수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