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청춘이 몇살까지인지 모르겠으나, 설마 내 나이가 청춘은 아닐터. 여튼 난 항상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삶을 동경했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허구든 사실이든. 요즘처럼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거의 대부분 호리호리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조금은 퀭한 눈을 했던, 단벌일지라도 정장을 몸에 꼭 맞게 차려입고, 여자라면 살짝 짙은 화장을 정성스럽게 하고 날씨에 관계없이 모자를 쓰고 모자 밖으로 나오는 얼마 안 되는 머리칼까지도 신경써서 뺨에 붙여주는 그런 센스!있던 시대. 커피와 담배와 술에 곁들여 문학과 사랑과 삶과 죽음과 뭐 그런 것들을 되든 안 되든 진지하게 논하다 새벽에 휘청거리며 집에 돌아오는 비생산적 인생. 그 시대에 지어진, 전쟁과 개발과 시간의 힘에 굴하지 않고 아직까지 전국 곳곳에 남아있는 근대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는 이 책은 그래서 한참을 그냥 책장에 꽂혀만 있었다. 괜히 읽기 시작했다가 화나고 흥분되고 잠 안 올까봐. 그치만 책은 읽으라고 있는 것. 심호흡 한 번 하고 시작! 하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근대 초기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 우리나라의 근대에 애착이 많은 사람은 주의할 것. 반드시 잠 못 이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