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재밌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장르 소설로서 많은 장점들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서사, 인물, 음모, 잔잔한 반전, 액션들까지 모두를 안고 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염세적인 태도로 쓰여진 작품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어설픈 감동주의식 태도를 취하지 않는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조금 복잡하다. 스톡홀롬에 사는 소피라는 여자가 있다. 간호사로 근무중이고  아들 알베르트와 살고 있다. 다리를 다쳐 들어온 환자 엑토르가 소피에게 점심식사 초대를 하고 그에게 마음이 있던 소피는 그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며 지낸다. 엑토르 구즈만이라는 남자는 스페인 사람으로 일명 '구즈만파'조직의 두목이었고 그에 대항하는 독일 '한케파'의 두목 랄프 한케도 등장을 하게 되면서 이 두 세력의 싸움이 본격화된다. 그리고 '구즈만파'를 조사중인 경찰들이 있고 소피에게 거짓과 폭력으로 위협하며 협조를 요청한다. 이 사이에서 소피는 가족내부에서 큰 사건이 발생하고 소피 자신도 죽음과 폭력적 음모에 노출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를 도와주는 무기밀매업자 옌스(소피의 전남친)가 있다.

 

소피를 중심으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조직들간의 싸움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구즈만파, 한케파, 그리고 경찰들. 구즈만파와 한케파의 사업 영역 다툼도 재밌지만, 이 소설의 백미는 경찰들의 묘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 소설에서 경찰이 '범죄자를 잡기 위해' 공권력을 이용해 윤리적 책임을 등한시하며 폭력과 욕설을 저지르는 행위와 마주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경찰은 그 궤를 조금 달리하는 듯하다. 구닐라를 주축으로 구성된 특별범죄수사팀은 윗선의 압력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수사팀이다. 허나 소설이 진행될수록 하나같이 악을 소탕하는 경찰이라는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뿐이고, 언행을 보면 뭔가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고 점차적으로 극단적인 행위까지 서슴치 않게 된다.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을 것이고 작가는 그 이유를 제대로 설득해야지만 좋은 소설이 된다. 마찬가지로 소설 속 경찰이 저지르는 포악한 모습도 단지 범죄소탕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소피가 주축인 소설이지만 그녀에 못지 않게 주위의 인물도 많은 지면에 할애된다. 구즈만과 한케, 그들의 똘마니들, 기사도 정신의 전 남친 옌스, 옌스를 쫓는 러시아 약쟁이들도 있다. 특히 경찰 라르스는 구닐라의 소속 하에 있지만 어느 순간들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하고 책의 중반부 이후의 경찰 라르스는 최고의 매력적 인물이 된다. 그의 몇몇 행동들과 대사는 압권인데 병맛스러움을 포함해 어떤 통쾌함마저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저는 라르스 때문에 몇 번 현실 웃음을.....) 영화로 판권이 팔렸다하니 라르스를 누가 연기할지 정말 기대된다. 병신력+싸이코+음침함+찌질함을 다 아우를 수 있을만한 배우가 누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추천한다.

 

 

 

 

<악명 높은 연인>에는 '영웅'이 없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영웅이라는 말을 종종 듣지만 그건 그 사람의 한 단면일뿐이다. 이 작품에서 '도덕적 타락'을 하지 않은 인물은 소피와 그녀의 아들 알베르트뿐이고, 그들을 힘껏 도와주는 옌스도 불법적으로 무기를 매매하는 타락한 범법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을 영웅이자 훌륭한 사람으로 여겨왔지만 그건 그 사람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영화를 염두해두고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소설 자체가 미리 영화의 씬들을 다 편집해 놓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서스펜스를 장악하기 위한 기법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인물들의 행동이 다음 내용을 위해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의 허술함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재밌다. 재밌는 작품인건 분명한 것 같다. 범죄조직들간의 암투를 생생히 그려냈고 경찰들의 또 다른 행태를 볼 수도 있다. 선상에서의 총격씬, 오토바이와의 추격씬, 폭파씬 등 액션소설로서도 읽을 거리가 충분하다. 배신과 암투와 거짓이 판을 치는 욕망의 세상이 어떤지를 직접 목도하면 되겠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2권은 현재 집필중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