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전국학교도서관담당선생님들이 쓴 이 책에는 보름동안 영국 국립도서관과 공공도서관 2곳, 프랑스 국립도서관인 미테랑 도서관과 퐁피두 문화센터, 파리 시립도서관인 뷔퐁도서관, 어린이도서관인 즐거운시간 도서관, 사립학교도서관인 성 마리도서관, 이탈리아의 피노키오동화마을과 아씨시 프란체스코 수도원도서관,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도서관, 프랑크푸르트의 대형서점을 생생한 방문기가 쓰여 있다. 선생님들이 유럽 도서관을 탐방한 이유는 탄탄한 복지와 전통으로 문화와 교육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생님들은 보름간의 유럽도서관 탐방을 위해 3년을 생각하고 6개월을 공부하셨다고 했다. 나는 유럽에 가기 전에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가야하는 건 알았지만 출국 전 한 달동안 가볍게 익히고 간게 전부였다.

문화는 도서관으로 스며들고, 도서관은 다시 문화를 뿌리내리게 한다는데 우리나라 도서관에는 아직 우리나라 문화가 도서관에 스며들지 못한 것 같다며 서구식 문화가 먼저 스며들은 것 같다고 책 속에서 선생님이 말했다. 문화를 일구는 힘은 책에서 비롯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우수한 우리 조상들이 남긴 책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조상의 지혜와 문화를 다루는 섬세함이 과거의 문화를 더 가치있게 만들고 현재를 끊임없이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책은 인류가 축적해 놓은 문화의 보고이고 지식의 집합체이고, 사서는 지적유산을 관리하는 전문가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 중 유럽을 선정한 이유는 미국이 돈과 자유, 도서관이 많지만 가난과 불평등, 문맹 또한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번 읽은 미국 뉴욕도서관 책과 비교해보니 유럽도서관도 주민을 위한 시설이고 지식기반 전반을 포괄하는 장소로 지식의 집대성지,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박물관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미국과 달리 주민센터 기능은 따로 맡아서 하는 건물이 있었다. 도서관 안에 서점이 자리해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유럽 도서관은 한 지방자치정부가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에선 도서관 수에 상관없이 관장 1명의 책임 하에 운영과 서비스 제공 및 각종 프로그램 개발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도서관마다 관장이 있지 않은가.

작은도서관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가나 주택, 쇼핑센터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 설립한다고 하는데 소음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가보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너무 산꼭대기에 있어서 찾아가기 힘들다. 산꼭대기까지는 버스가 안다닌다. 소음을 피해 산에 지었나? 위치 때문에 주민도 도서관을 피해버린 것 같다.

‘화려한 서가구성과 배치가 서점을 연상케 했다. 책을 사도록 유혹하는 것과 책을 빌려서 읽도록 유혹하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보는 것 같았다.’를 읽으며 내가 본 우리나라 도서관도 서가구성과 배치를 다양하게 해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도서관정신 중 가장 중요한 게 자료 수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도서관 관장이 이용자를 맞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도서관정신이라고 하니 진정한 사서의 자세, 서비스마인드라고 생각된다.

책 속에 오래된 미래를 찾아 떠난 여행이란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모순된 말이지만 여기서 오래된 미래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모습을 말하는 것 같다. 선생님들은 유럽 학교도서관을 통해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이 본받아야 할 점을 알아갔다. 유럽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심장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에서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고 어려운 점은 사서교사가 도와준다. 사서교사도 우리처럼 학교당 한 명이 아니고 전문직 사서도 따로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 학교도서관 담당교사는 대부분 교과수업과 담임업무를 겸하고 있어 학교도서관에 집중하기 어렵다. 사서의 대폭 충원을 기대한다. 학생들에게 대출증을 발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도서관 교육이 잘 되어 있어서 분실이나 훼손 염려가 없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퐁피두 문화센터를 방문했을 때 안전요원들의 파업으로 입장하지 못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사서를 제외한 도서관 직원이 파업을 했다 해도 도서관은 민원이 두려워 개방했을 것 같다. 미테랑 도서관은 이용료를 받으면 부랑아 출입을 막아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는데 부랑아가 들으면 기분 나쁠 것 같다. 미테랑 도서관은 사서가 무려 2천명이 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수보다 많을 거라고 생각된다.

뷔퐁도서관에는 사서를 위한 자료관도 따로 있었다. 한 번 가보고 싶다.

프란체스코 수도원에서 양피지로 만든 책이 수정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양피지 책은 수정이 불가능한 줄 알았다.

이 책을 보면서 봄에 다녀온 유럽이 생각이 많이 났다. 루트도 내가 여행한 곳과 비슷해서 여행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학교도서관 담당선생님들이 본인 업무 시간 외에 학교도서관 발전을 위해 유럽까지 가시다니. 그 열정을 존경스럽게 생각하고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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