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인생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정문정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4년 전 1. 서점가에서는 찍어 내기만 하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엄청난 책이 한 권 등장했다. 바로 정문정 작가의 책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가나출판사(2018)이다.


이 책의 서지 정보를 보면 초판 1쇄 발행일은 201818일인데 초판 40쇄 발행일이 같은 해 319일이다. 단 두 달 사이에 40쇄라니. 요즘 같은 독서 인구 감소 시대에 이 정도면 엄청나게 잘 팔린 셈이다.


이 책은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저 참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며 어떻게 하면 보다 슬기롭고 우아하게 그들에게 선 넘지 마라고 경고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잡지 기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기업 브랜드 홍보 담당자를 거쳐 <대학내일>의 디지털 미디어 편집장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해온 저자의 경험담이 책 곳곳에 녹아 있어 직장인이라면 깊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특히 저자가 사회 초년생일 때 겪은 흑역사들은 같은 처지에 놓인 사회 초년생에게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시기를 묵묵히 견뎌온 3040 세대들에겐 심심한 위로를 전해주지 않을까 싶다.


책의 각 파트 별 제목도 독특하다.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 ‘자기표현의 근육을 키우는 법’, ‘부정적인 말에 압도당하지 않는 습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각 파트의 소제목으로 적절히 배치된 인상을 준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을 하나 꼽아보자면 책 제목과 같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소개하고 싶다.


저자는 이 글에서 실제로 본인이 무례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아주 자세히 전하고 있는데 이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제가 되는 발언임을 상기 시켜주기. 둘째, 되물어서 상황을 객관화하기. 셋째, 상대가 사용한 부적절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 들려주기. 넷째, 무성의하게 반응하기. 다섯째, 유머러스하게 대답하기.


저자는 이 다섯 가지 방법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자꾸 참으면 내가 무기력해진다고. 무례한 사람을 만난다면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나만의 대처법을 갖춰야 한다고.


이러한 작가의 주장에 개인적으로는 동의하는 바이지만 현실성은 다소 떨어지지 않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작가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현실에서 적용하려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겨우 그런 생각만으로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하기엔 이르다. 책을 통해 저자가 지적한 문제들은 실제로 우리 생활 속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자들 역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1년에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 기금이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갑질 감수성 지표 및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이면 이 책이 출간되고도 3년이 지난 시점이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도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한 사정이 지금이라고 과연 크게 달라졌을까?


어쩌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도 인간관계에 대한 속 시원한 해법이 아닌,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했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특정한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에 속한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지 않았을까?


겨우 책 한 권만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모든 고민이 해결될 리는 없다. 하지만 무심결에 뱉은 나의 말과 행동이 때로는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킬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에 대한 해법을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만 있다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40만여 명이 선택한 베스트셀러에서 우리가 살펴야 할 건 그 책의 판매 부수도, 성공 요인도 아니다. 그 책이 왜 그리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


저자는 책을 마치며 이렇게 말한다. 독자들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나 역시 서평을 마치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부디 서로 간에 함부로 상처 주지도, 상처받지도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그리고 이 책이 그러한 세상의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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