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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해부 - 나치 전범들의 심리분석
조엘 딤스데일 지음, 박경선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 2차세계대전은 모두에게 끔찍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성과 지성으로 이루어진 사회라고 믿었던 인간들은 문명세계가 저지른 잔혹한 만행들에 경악을 하였고 많은 학자들이 왜 인간이 이러한 일을 자행했는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독일 나치의 전범행위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당시의 심리학자들이 나치 전범들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나치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많은 심리학자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분석을 하였다. 개중에는 사회적 배경으로 인하여 잔인한 행동을 저질렀다는 분석도 있고, 이 책의 후반부에서 스탠퍼드 심리실험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점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책의 전반부는 나치 전범을 대표하는 4명의 사람들을 개별적이고 자세하게 심리 분석을 한다. 당시는 지능검사와 심리검사가 개발되어 세상에 나온 시점이었고,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 새로운 기술들을 거대한 악을 분석하는데 이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온 4명의 전범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겠다. 첫번째는 교도소안에서 자살하여 뇌를 직접 분석할 수 있었던 인물인 로베르트 레이다. 광적인 히틀러 추종자였던 그는 폭발적이고 불안한 심리의 사람이었다. 부검 후 분석 결과, 그는 사고로 인하여 전두엽 외상을 입었다. 행동 통제에 관련된 부분의 손상은, 그의 판단력 결여와 정서불안과도 연관이 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나치의 제국원수였던 헤르만 괴링이다. 화려한 장식품을 좋아하던 그는 사치와 도벽이 있는 사람이었다. 법정에서의 그는 어떠한 사과나 변명도 없이 자신을 변호하고 주장하였다.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자기 중심적인 지능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나 길버트가 말하듯, 그는 과거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허세를 드러내는 도덕적 비겁자였다고 볼 수 있다. 세번째는 율리우스 스트라이허이다. 그는 과거에 여러 죄목으로 재판을 받은 사람이었다. 나치의 결백을 주장하며 교도소에서 심문을 받으면서 뉘우침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그는 연설과 글로 청중을 흥분시키는 선동가였다. 심리검사 결과 그는 비정상적인 편집증적 성격을 가졌다고 분석되었다. 네번째는 루돌프 헤스이다. 책의 소개에 따르면 “그야말로 완전히 미친” 상태였던 그는 편집성 조현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그의 재판에서의 기억상실 보고는 위장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았기도 하였으나, 그는 끊임없이 기억상실과 집중력의 저하를 호소하였다. 이 책은 4명의 전범들을 설명한 후, 전범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미묘한 신경전들도 담았다. 나치들을 분석하였던 켈리와 길버트는 자신의 연구를 출간하기 위해 서로 견제를 하였다고 한다. 위의 전범들은 소위 정상적인 범주의 인간들이라고 보기 힘든 히스테리들과 성격결함이 있는 존재였다. 허나 수많은 나치들이 모두 이런 정신이상자이지는 않았다. 책의 후반부는 사회심리학적인 분석으로 어떻게 그저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끔찍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책은 사이코패스의 뇌에 대한 특징들을 정리하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는 읽는 사람들의 손에 달린 문제이다. 허나,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쟁점, 즉 임상병리적인 관점에서의 악에 대한 조명과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악에 대한 조명을 균형있게 보길 바란다. 임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존재가 악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광적이고 맹목적인 나치집단이 힘이 있었던 사회적 배경이 있었다. 그런 사회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고 인간의 악이 그들 자체에게 내재된 결함에서만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길 바란다. 그런 사고는 임상적인 문제를 앓고있는 자들을 무조건 나쁘게 보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악을 행하지 않게 만드는 사회적 틀이라고 나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