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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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이어지는 비에 일거리가 없어 조금은 지루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다다 심부름집의 다다와 교텐.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앞에 나타난 새로운 의뢰인, 미야모토 유카리는 조금 황당한 부탁을 한다. 자신의 친구가 같은 디자인이지만 자신보다 더 값나가는 결혼반지를 하고 있는 것에 샘이 나서 그 반지를 숨겨달라는 것. 사실, 다다는 내키지 않았지만 사흘 동안 수입이 없었던 데다가 그녀가 내민 10만엔의 봉투를 보고는 그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친구의 반지를 숨겨달라는 의뢰로 시작되는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에서는 새로운 의뢰인들의 이야기와 1부에서 등장했던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들을 조명한다. 야쿠자 호시 료이치의 우아한 반전 일상에서부터 요양 병원에 계신 소네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 매번 버스 운행시간 확인을 요청하는 남편의 터무니없는 부탁에도 친절하게 응대하는 다다 심부름집을 바라보는 오카 씨 부인의 시선, 부모님의 방치 속에 있던 유진의 특별한 하룻밤 일탈(ft.교텐), 죽은 남편의 유품 정리를 의뢰한 대형 음식점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여인 그리고 독감에 걸린 아내와 어린 딸을 돌봐달라는 의뢰를 하고 출장을 떠나는  남성까지 각각의 사연이 펼쳐진다.

 

각 인물들의 사연이 별개로 진행되면서 스토리가 마치 단편처럼 독립적이다. 개개인의 이야기지만 으레 하나로 이어질거라 생각해서인지, 뭔가 제대로 끝맺음되는 느낌이 아니어서 읽으면서도 그 흐름이 다소 의아했다. 하지만, 새로운 의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3부에서 이어질거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죽은 남편의 유품 정리를 의뢰한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섣불리 표현을 하지 못하는 다다의 모습이 꽤나 흥미롭다. 또한, 교텐의 과거 불우했던 가정환경에 대해서도 점차 진위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그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펼쳐질 3부에서 서로를 향한 위로를 통해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딛고 모두가 행복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다다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사코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사코의 우는 얼굴을 보고 있다. 어두운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부유감. 오랜만에 체험하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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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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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都) 남서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택가이자 환락가인 마호로 시. 다다 게이스케는 마호로 역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다다 심부름집'을 운영하고 있다. 심부름 센터하면 무언가 뒷골목 세계에서 행해지는 그런 음지의 일들을 할 것만 같지만, 실상은 병문안, 정원 청소, 강아지 돌봐주기, 버스 운행 감시, 창고 정리 등 온갖 자질구레한 의뢰들이 대부분이다. 고객의 의뢰로 정원 청소와 버스가 시간에 맞게 운행되는지 감시하는 일을 하던 어느 날,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고교 동창 교텐 하루히코를 만나게 된다. 자기 몸 하나 의탁할 곳 없는 교텐은 딱히 갈 곳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그런 교텐을 그냥 모른척 할 수 없어 하룻밤을 재워주게 된다. 그때부터 다다의 집에 머무르며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2006년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시종일관 유쾌함 속에 일본 특유의 따스함이 스며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의뢰받은 심부름 일을 하며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 속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치와와와 이별할 수 밖에 없었던 여학생, 부모의 무관심 속에 마약을 운반하게 되는 초등학생, 살인범 친구를 지키려는 여고생 그리고 낳아준 부모를 만나고 싶어 하는 남성. 그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른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괴짜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교텐. 되도록이면 무난하게 상식 선에서 일을 처리하고자 하는 다다. 그 둘은 사사건건 부딪히며 티격태격하지만, 각자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둘은 서로를 통해 점차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던 그들이 비로소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꽤나 감동적이다.

 

다다와 쿄텐의 티격태격 유쾌한 앙상블.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감동. 2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줄 지 사뭇 기대된다.

다다, 개는 말이야. 키우고 싶은 사람 품에서 자라는 게 가장 행복해. 너한테 치와와는 의무였잖아. 하지만 그 콜롬비아 아가씨는 달라. 그 아가씨한텐 치와와가 희망이야.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야. - P101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네가 받지 못했던 걸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새롭게 누군가한테 줄 수가 있다고. 아직 그 기회는 남아 있어.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있어. 그걸 잊지 마. - P156

하루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됐어요. 사랑이란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싶다는 느낌을 상대한테서 받는 거란 걸요. - P188

잃어버린 것은 완전히 되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기억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야 다다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행복은 다시 살아나게 된다고.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며시 찾아온다고.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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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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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추리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1998년 발표한 단편 모음집 <수상한 사람들>이 새로운 옷(무려 양장본😍)을 입고 다시 돌아왔다.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모든 단편이 저자 특유의 색이 짙게 깔려 있어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장편 특유의 휘몰아치는 서사는 기대할 순 없겠지만, 단편임에도 뭔가 끊겨버린 서사의 찜찜함이 전혀 없고 이야기 전개가 아주 깔끔하다. 적당한 긴장감이 고조되어 갈 무렵 어김없이 등장하는 특유의 반전은 재미를 배가시킨다.

 

7개의 단편 중 <달콤해야 하는데>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그건 아마 개인적으로 저자의 작풍 중 가장 애정하는 <용의자 X의 헌신>에서 표현한 사랑의 방식이 이 작품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면...

 

3년 전 아내를 사고로 잃고 딸마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얼마 전에 잃은 노부히코. 그는 무엇보다 달콤해야 할 신혼여행에서 자신의 아내 나오미를 목졸라 죽이려 한다.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으로 나오미를 의심하며 살해하려 하는데... 그녀가 정말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었던걸까?

 

P.153 상대방을 생각해서 한 행동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해 톱니바퀴가 거꾸로 돌고 마는 거지요. 그 톱니바퀴를 제자리로 돌리기란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러려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 열등감에 시달리던 한 친구의 섬뜩한 복수를 그린 <등대에서>도 어쩌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흥미로웠다. 친구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친구라면 하루빨리 손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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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과는 또 다른 매력의 단편들은 짧지만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소소한 반전으로 7편 모두 저마다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낸다. 특히나 탐욕, 증오, 의심, 열등감 등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악한 감정들을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흡입력있는 전개로 들춰내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짙다.

 

평범한 타인을 '수상한 사람들'로 몰아가는 우리 자신이야말로 진짜 수상한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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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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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도 같은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연방검사 제시카 야들리. 그녀는 사춘기 딸 그리고 로스쿨 시절 만난 웨슬리와 단란한 가정을 이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옛 연인이자 FBI 요원인 케이슨 볼드윈이 그녀를 찾아와 최근에 발생한 살인 사건들의 해결을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 그 사건의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침대 위에서 목이 길게 베여진 채로 발견되었는데, 그 사건들은 야들리의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두었던 최악의 기억을 환기시켰다. 바로 자신의 전 남편 에디 칼의 연쇄 살인사건. 최근의 사건은 16년 전 그 사건과 소름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이건 분명 에디의 모방 범죄였다. 사건의 실마리를 좀처럼 잡을 수 없었던 그들은 언제 일어날 지 모를 추가 살인을 막기 위해 야들리를 통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에디의 도움을 구하고자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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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 작품 이후 오랜만에 짜릿한 법정 스릴러를 만났다. 시작부터 숨막히는 추격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빼앗고는 연쇄살인이라는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을 쫓으며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이 숨가쁘게 몰아친다. 범인은 'FBI와 야들리 검사가 얻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부에 있는 인물'이라는 복선이 있었음에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이 작품은 중반부까지는 범인을 쫓는 스릴러 소설의 매력을, 중반부 이후부터는 치열한 법적 공방을 주고받는 법정 소설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까지 더해지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마지막 한 장까지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면 넌 그냥 신뢰할 수 없는 감성적인 여인이 되어 버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넌 신뢰할 수 없는 차가운 쌍년이 되는 거고. 선택은 자네가 해야지. (P.24) 

🏷야들리의 전 상관은 퇴임하기 전에 그녀에게 한마디 말을 했었다. 검찰청의 남자들을 위해 정리를 하거나 물건을 가져오거나 복사를 하거나 전화를 받는 그런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들은 그때부터 그녀를 비서로 보고 그렇게 취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P.360) 

🏷법원에 부임하고서 첫 재판에서 판사가 바지를 입었다고 내게 고함을 지르더군. 그는 여자들은 이미 충분한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자기 법정에서 여자들이 남자처럼 보인다면 기분이 엿 같을 거라고 말이야. (P.382) 

저자가 법조계에서 여성의 위치, 차별받는 현실을 적확하게 짚어낸 사실이 돋보인다. 여성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서 드러낸 거라 생각했는데, 구글링으로 찾아보니 저자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서 놀라웠다. 남성으로서 여검사의 처우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평소 저자의 가치관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을 떠나 인간적으로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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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외전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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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 다녀오거라. 두 달의 시간을 주마. 두 달 안에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내 그대에게 아주 실망할 것이야, 기왕비 전하.

 

황재하와 이서백의 혼례를 보름 남짓 앞둔 어느 날, 스스로 자청하여 변방의 충의군 절도사로 부임한 왕온이 거안 주사와 부하 직원 둘을 살해하고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 황재하와 이서백. 하지만, 이 사건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두 살인 사건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왕온을 구하기 위해 혼례도 미루고 사건을 해결하러 떠나는 황재하 그리고 언제나 결정적일 때 황재하를 위기에서 구해준 기왕 이서백. 그들은 또 어떻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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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사극 로맨스를 표방하는 <잠중록>은 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한 여성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황실에 입성하여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내용이다. 작년 여름, <잠중록>에 빠져 전권 완독 후 완결의 아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생각치도 못한 <잠중록 외전>이 출간되었다. 책을 받자마자 기쁨을 느낀 것도 잠시, 적은 분량에 살짝 아쉬웠지만(잠중록이라면 벽돌책도 환영입니다😍) 그래도 다시 인물들의 케미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혼례가 결정된 이상 황재하와 이서백의 로맨스는 살짝 느슨해졌지만,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 황재하의 추리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단서 하나 하나에 퍼즐처럼 딱딱 맞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 261페이지라는 분량이 너무 아쉬워서 출판사에 항의할 뻔...😂

 

<잠중록 화집>에서 선 공개했던 보너스 트랙이 작품 마지막에 '그 후의 이야기'로 담겨 있는데, 황재하와 이서백의 아들이 엄마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즌 2로 다시 출간될 것 같은 기대감에 또 무작정 기다려보련다.

 

P.S)혹시, 아직도 <잠중록> 안 읽어본 분 계신가요? 올 가을엔 미스터리 사극 로맨스 <잠중록>에 푹 빠져보시죠??!!

범인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에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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