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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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술꾼으로 만든 건 바로 '사람'이라고 작가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이렇듯 이 작품은 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술에 대한 예찬으로만 끝났다면, 조금은 슴슴했을 수도 있을 글들이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으로 이어지며 글이 풍성해진 느낌이다. 빨치산의 딸이라고 해서 세상에 불만 많고 저항정신으로 무장한 투사가 아니었다. (사실, 작가님에 대한 글을 읽기 전, 작가님에 대한 이미지는 투사였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적당한 위트가 가미된 솔직 담백한 글은 거창한 담론을 얘기하지 않고, 그저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되어 더 마음에 남는다.

🏷영원할 것 같던 청춘은 참으로 짧았다. 우울하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한탄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청춘이 아니었다. ...(중략)... 그래도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가 믿기지 않거나 어색한 날이면 포천에서의 그날 밤이 떠오른다. 쓸쓸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것, 그게 청춘이었구나, 그때는 정작 그걸 몰랐구나, 무릎을 치면서. (P.41)

책을 읽으면서 술자리를 함께 했던 수많은 인연들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에는 뜨거웠으나 지금은 연락이 끊긴 시절 인연들, 각자의 삶에 집중한 나머지 관계에 소홀해진 인연들 그리고 지금도 종종 함께하며 추억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인연들... 그중에서도 유독 생각나는 인연들이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그 시절, 주머니 돈을 다 털어도 2만 원 남짓. 그 돈으로 3000원짜리 안주 3~4개, 1000원짜리 소주 5~6병... 그때 먹던 술과 안주는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을 만큼 우리의 주린 배를 알뜰살뜰 채워주었다. 버스비까지도 탈탈 털어 소주를 마신 후, 집까지 걸어오는 경우도 다반사였던 그 시절... 마음은 힘들었을지언정 몸은 막 굴려도 다음날이면 멀쩡한 청춘이었던 시기를 함께 건너온 우리.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아마 저마다 그 시절을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청춘을 떠올리게 해 준 아주 고마운 책!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끊임없는 술 얘기에 절로 술을 부르는 본격 술 권장 에세이!! 다들 사람냄새나는 글에 취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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