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의 첫 책 - 제1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반달문고 35
주미경 지음, 김규택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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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개구리를 좋아하는 조카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주문했다.

호기심 많고 모험 정신도 넘치는 개구리 와우는 장점이 많은 친구다.

좋은 이야기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도 갖추고 있으며 새 이야기를 만들어보려는 욕망도 있다.

그야말로 작가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친구다. .

내 입 속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꺼내 볼까?”

위기의 상황에서도 이렇게 뻔뻔하게 말할 줄 아는 용기가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주눅들 필요가 하나도 없단다, 얘들아! 그런 마음으로 조카와 함께 읽었다.

   

 

<와우의 첫 챗>은 뱀 작가 구렝씨가 만든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 와우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흥미로운 과정을 다루고 있다. 누구나 나만의 이야기 하나쯤은 갖고 싶은 법!

이야기꾼 와우를 눈여겨봐야 하는 점은 또 있다. 바로 기대치가 높은 독자에게 느낄 법한 부담감도 능히 이겨냈다는 점이다. 작가라면 견뎌야할 사명 같은 게 아닐까?

 그러고 보면 모든 아이들은 작가다.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한 얼굴로 거짓말에 능수능란하니 말이다. 어른의 시각으로 봤을 땐 거짓말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잘 만든 한 편의 소설처럼 그 이야기는 살아있다. 와우 같은 이야기꾼이 되려면 이런 자질을 갖춰야 한다. 내 조카가 와우같은 이야기꾼으로 자랐으면 한다.

 

<어느 날 뱀이 되었어>에서는 뱀 작가 구렝씨와는 다른 뱀이 등장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뱀의 이미지와 다른 점이 재밌다. 뱀에서 사람이 되고자하는 그 욕망이 크고 간절한지라 주인공에게 자연스레 마음이 갔다.

 

상처가 많으면 소원의 힘도 커진다고 했어.”

 

 강을 따라 난 길을 천 번 건너갔다 오면 소원이 이루어지는데 사람이 되고자 그 길을 왔다 갔다 했을 뱀의 여정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개구리 와우가 겪은 모험만큼 흥미진진하고 많은 일을 겪었을 것 같다. 이 뱀은 한 번 사람이 되어봤으니 그 다음 번에는 천 번이고 이천 번이고 될 때까지 강을 따라 난 길을 건너갈 거다. 이 단편 속 주인공을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드는 주인공이 또 있다.

  <그날 밤 네모 새를 봤어>에 등장하는 주인공 비둘기아파트가 그렇다. 재개발 건축으로 곧 허물려야 하는 신세에 놓여 있지만 한때는 아름다운 은빛 색을 띈 아파트였다. 사십 년 넘게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이 아파트에 이제 남아있는 집이라고는 두 집뿐이고 그 곁에는 늙은 버드나무가 있다. <어느 날 뱀이 되었어>의 뱀처럼 비둘기아파트에게도 큰 욕망이 있다.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망은 버드나무에게도 있다.

 

내가 날아다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딱 맞는 집을 구해 주고 싶은데.”

 

  방울새가 자신에게 똥을 싸도 모른 척 해주는 마음이 넓은 비둘기아파트는 모두가 떠나도 자신의 소망만큼은 계속 품고 있었다. 날개가 돋고 있다는 버드나무의 말에 힘을 내어 퍼덕거리며 네모난 새가 되어 마침내 날아가는 모습은 뭉클하고 아름답다. 버드나무라는 좋은 친구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비둘기아파트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날아가고자 하는 욕망도 버드나무보다 더 컸기 때문에 결국에는 네모난 새가 되어 날아올랐으리라. 내게도 버드나무처럼 옆에서 용기를 주는 친구가 있다. <고민 상담사 오소리>의 오소리처럼 욕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친구다. 걷고 싶어 하는 친구를 위해 목마를 태워주고 대신 걸어주기도 하고 같이 걸어주는 그런 친구 말이다.

 

 걷고 싶어하는 뱀에게 딱히 해줄만한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내 등에 올라타 봐요.’라고 말하는 오소리같은 사람은 참 소중하다.

나무, 바위에 올라가봤지만 털 위에 올라가는 건 처음인 뱀과 누군가를 등 위에 태워 보는 게 처음인 오소리가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걷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이 책을 친구에게도 선물했다. 출근 다음으로 책 읽는 걸 가장 싫어하는 친구인데도 말이다. 어렵지 않아 친구야. 내 조카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 그러니 너도 끝까지 읽어줘. 너는 내게 버드나무처럼 오소리처럼 고마운 사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하는 마음으로. 나이 먹을수록 이런 표현하는 게 왜 이렇게 쑥스러운지. 우리 우정 뽀레버! 하면서 우정장을 열심히 꾸몄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권해주고 싶은 이 동화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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