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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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에세이


제주에 내려온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낭만의 제주에서 오롯이 제주만의 것을 늘 즐기며 지낼것 같았지만 현실이라는 건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것이다보니 강렬한 설렘같은건 점점 옅어져 버리고 말았다. ‘제주에 살아요’ 라는 말에 부러움을 한껏 받고는 하지만 사실 제주의 푸른 바다보다 더 자주보는건 내 핸드폰 화면인 것을. 어쩌면 너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어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집순이 모드로 여느때와 별반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며 습관적으로 SNS를 들어간 화면에 오묘하게 번지는 노을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 정말 노을 예쁘다. 이런 멋진 하늘을 보다니 이 사람 부럽다. 나도 예쁜 노을 보고싶다.

그 순간 나도모르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스름하게 남아 저물어가는 노을이 저 끝에 걸려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조금만 서둘렀다면 만날수 있지 않았을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풍경을 지천에 두고도 왜 다른 사람의 풍경을 부러워 했을까? 그때 느꼈다. 아무리 좋은 게 옆에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가질 수 없다는걸. 아마도 그들이 나를 부러워 한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인 것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자 마자 직감했다. 이 책은 천천히 풍경을 하나하나 그려가며 읽어내려가야 하겠다. 숲에서 걷기를 좋아하고 풀과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을 즐기는 작가는 글 하나하나에도 풀과 나무를 그리고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도록 써내려갔다. 마치 찬찬히 흐르는 일상을 들여다보는 브이로그를  보는듯 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힐링을 받았다. 이름도 생소한 식물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함께한다.


자연이 주는 행복은 사실 언제나 그곳에 있는데 삶이 바쁜 현대인인 우리들은 그것들을 못보고 지나쳐 버린다. 아주 작고 잘 눈이 띄지 않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지 느낄 수 있는 행복들. 이 책은 그런 행복이 우리 옆에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앞으로의 독자들에게 천천히 산책하듯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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