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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
곽아람 지음, 우지현 그림 / 이봄 / 2021년 6월
평점 :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모멱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
곽아람 에세이 / 이봄 출판사
책, 그 안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중에 나의 절친으로 마음에 새기거나 나와 동일 시 여기던 캐릭터가 있으실까?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청소년용 고전소설전집이 내 방 책장 한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책을 아주 좋아하지도 아주 싫어하지도 않았던 나에게 그 전집은 꽤나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도 했다. 부모님의 사랑이자 기대와도 같았던 빽빽하고도 완벽하게 반듯이 꽂혀있는 책들을 보고 있자면 왠지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존재처럼 느껴지기까지했다. 그런 난관을 넘기고 펼친 책들이 있는데, ‘작은 아씨들’ 과 ‘빨간머리 앤’ 이였다. 30권이 조금 넘는 책 중에 유일하게 그 두 권만이 나의 선택을 받았다. 그당시의 선택의 조건이란건 딱히 없었으나 아마도 여성이 주인공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음 속 친구가 필요할때나 공허할때 반복적으로 꺼내든 책이기도 했다. 그럼 이내 나는 그 책 속으로빨려들어가고는 했다.
곽아람 작가가 쓴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에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에 담아내고 싶은 20권의 책, 20명의 여성을 담아내고 있다. 그녀에 삶에 안착한 여성들은 누구였을까? 어떤 마음을 새겨놓았을까?
“마음에 어는점을 만들지 말것. 어떠한 고난이 닥쳐와도 밑바닥까지 추해지지 않을 것. 최대한 우아함과 품위를 유지할 것. 어릴 적 읽은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에게 나는 이런 걸 배웠다.” P, 7
책을 통해 공감하는 순간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건 아마도 작가님의 성격과 생각들의 비슷한 점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삶은 달라도 나의 과거에 함께 해왔던 여성들을 같이 공유해서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마치 미래의 내가 든든한 언니가 되어 나타난 것처럼 반가웠고, 기쁘고, 알수없는 애정이 솟아올랐다. 더욱이 믿고 바라보게 되는 책이 되었다.
“독서에는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어린 날 책읽기의 가장 큰 효용이자 목적은 바로 이것이라 믿는다. 어린아이의 여린 마음을 둘러싸는 보호막이 되는 것. 그 막은 더 많은 책을 읽을수록 더욱 유연하면서도 튼튼해진다. 터지지 않는 비눗방울 같은 형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훗날 어른이 되어 금력이라든가 권력이라든가 하는 세속적인 가치들이 마음을 어지럽힐대 흔들림 없는 성채이자 단단한 방패가 되어준다. 그것이 ‘교양’의 참뜻이지 않을까.” P, 191
최근 현재를 함께 지내며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든든한 멋언니가 되어주는 현존하는 인물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 힘이되고 매우 기쁘기도 하다. 과거에는 이런 존재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했던가. 그러기에 책에 있는 여성들 마져도 소중하게 느꼈던게 아닐까. 앞으로 나는 어떤 여성들과 함께 미래를 그리게 될까? 기대가 되며 궁금해졌다. 생각만해도 마음이 벅차고 힘이 솟는다.
“나는 왜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독여야만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인가. 그 사실이 절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괜찮아’라고 나 자신에게 여러번 얘기한다. 괜찮아, 넌 생각보다 강해. 괜찮아.” P,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