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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초보 비건의 식탁 위 생태계 일지 ㅣ 삐(BB) 시리즈
키미앤일이 지음 / 니들북 / 2021년 6월
평점 :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초보 비건의 식탁 위 생태계 일지
불과 작년에 일이었다. 내 마음에 비건이라는 단어가 싹을 틔운 순간. 멀쩡하게 잘만 먹던 맛있는 고기들이 생명으로 보였던 순간이었다. ‘아무튼, 비건’을 보면서 단지 트렌드라 느꼈던 단어에서 그 말 속에 숨겨져 있던 뿌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책에서 나는 약하디 약한 비건이라는 싹을 혼자 간직했다. 비록 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계몽되기 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완전히 달랐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약한 동기만으로는 수많은 귀찮음들과 타인의 시선을 다 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타협하면서 지내며 끄나풀 하나 쥔 것처럼 여러차례 휘둘리다 어느 순간 점점 나도 모르게 내려놓게 되었다. 마음에 맴도는 뾰족한 가책도 점점 무뎌저 희미해졌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행동은 온갖 핑계들과 함께 사라졌다.
이렇게 나에게 비건은 그냥 한때의 열망처럼 타오르다 사라져 갈때 쯤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책이 나에게 왔다. 첫 챕터를 읽어가면서 속으로 ‘그래그래 알지 알아. 근데 힘들일인것도 맞아.’ 하며 나의 행동들에 대해 타당성을 입혔다. 그러나 글쓴이는 그런 나에게 꾸준히 알렸다. 비건을 향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그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 부터 번져나가 동물에게 까지 가닿는다.
“우리는 계속해서 동물과 이 땅을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하며 배운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또 어딘가에 닿을 거라고 믿고 있다. 미래를 예측할 재주는 없지만 그 종착지가 마지막 지점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종착지가 바로 내 이웃이며, 당신이며, 어느 누구들이라 생각한다.” p, 132
글쓴이의 무한한 사랑예찬을 바라보며 변명으로 가득 찼던 내 마음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실패하더라도 허물어지면 안되는 일이라는 걸. 내 안에 수많은 모순들을 깨닫고 다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내 몸과 마음의건강, 지구의 미래에 대한 안부, 자연과의 공존 이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부터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비건이라는 건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다에 그치는게 아니라는 걸. 시작에 불과 하다는 것을.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동물을 학살하는 한 서로를 죽일 것이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또 이렇게 말했다.
“도살장이 존재하는 한 전쟁터도 존재할 것이다.” P, 109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며 느꼈다. 분명히 나는 또다시 실패할 것이고, 모래사장 위에 새겨넣은 내 결심을 무심한 파도가 계속 덮쳐오리라는걸. 그럴때마다 무수히 새겨야 한다는 걸. 아랑곳 하지않고 꿋꿋하게 새겨놓아야 한다는걸.
그리고 그것을 사랑으로 지켜가야 한다는 것을.
나와 같은,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며 비건과 논비건 사이를 방황하는 분이 계시다면, 다시금 비건의 마음을 새겨놓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실패의 날에 다시금 찾아 읽는 책으로 옆에 남겨 놓고 싶다.
지구에 사는 한 동물로서, 사유할 수 있는 인간으로, 부디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P, 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