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각 삼층장 이야기 전통공예그림책 나비장석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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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예쁘게 키워서 시집 보내는 마음을 떠올려 봤어요. 마음이 짠하고..걱정도 되고..앞으로 잘 살아갈지 기대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애기 같은 아이가 가정을 꾸리며 잘 살까 염려도 되면서..이런 복잡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있는 돈 끌어다가 혼수도 해주고 싶을 것 같고요. 소중한 딸을 시집 보낼 때 함께 보내는 화각 삼층장의 이야기가 나와요. 엄청난 정성과 시간과 손길이 스쳐간 보물이에요.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집안 한 구석을 차지하는 가구에도 영혼이 들어갈 수 있다는 신비로움도 느꼈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을 지나면서 만들어지는 삼층장은 예술 그 자체로 보였어요.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세상에 귀한 것들은 많은 사람들의 땀과 지혜를 모아야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삼층장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정말 경건함까지 느껴져요. 다듬고 자르고 말리고 기다리고..또 칠하고 다듬고 기다리고..뚝딱 기계로 만들어 버리는 요즘 세상에는 왠지 존재하지도 않을 것 같은 장인의 정신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화각'이 뭘까 궁금해서 책을 한참 들여다봤어요.소뿔을 얇게 만들어 그곳에 그림을 그리고 붙이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만들어지더군요. 빨리 빨리를 외치는 우리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고요. 저희 아이들도 그렇고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대부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걸 못 참아요. 대충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빨리 뭔가 눈앞에 이루어져야 안심하고요. 한 가지를 만들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건  해본 적도 없는 것 같고요. 해보고 싶어하지도 않고요.그런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이에요. 나무를 두드리고 다듬어서 장을 만들고, 소뿔을 삶고 말리고 다듬고, 그림을 그리고, 정성을 다해 붙이고, 옻칠을 하는 과정에는 각각의 전문가가 필요해요. 아무나 할 수도 없고 대충할 수도 없어요. 잠깐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진지한 과정이었어요. 공부하는 것도 힘들어하면서 점점 게을러지는 요즘 아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전시장에 가서 꼭 실물을 보고 싶어요. 오래되어 세월의 기품이 느껴지는 가구를 보면서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에게 책을 보여주니 예쁘기는 한데 너무 답답하다고 하네요. 당연한 반응이에요. 1년 넘는 시간을 거쳐 꼼꼼한 장인들의 손길이 담겨져 있는 삼층장이 아이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나 봅니다. 당장 아이들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아이들이 느리게 가는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장 뚝딱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인스턴트 같은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과   진심을 담아낼 수 있는 여유를 가르쳐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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