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지구 - 다가오는 인구 감소의 충격
대럴 브리커.존 이빗슨 지음, 김병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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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출‘산’율(fertility rate)과 출‘생’률(birth rate)이 다른 표현임을 분명히 인지, 적시, 사용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차이를 알면서도 굳이? ‘용어 반복을 피하기 위해 같은 의미로 번갈아 사용하겠다’ 라는 의도는 잘 모르겠다.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낳을 수 있는 자녀 수로서, 아이의 탄생보다는 여성의 출산에 무게를 둔 표현이다. 마치 인구 증감의 책임이 오롯이 여성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대놓고 풍기는. 언어의 중립성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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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교육 성취수준이 높을수록 임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관찰된 Fact다. 그러나, 팩트가 늘 모든 ‘주장’을 정당화시켜 주지는 않는다. 가령 출생률 제고를 위해 여성의 교육을 제한해야 한다던 모 정치인의 파리 똥만도 못한 헛소리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 전 세계적으로 종교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고 그것이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국교’를 제정하자! 고 주장하는 편이 훨씬 설득력 있는 헛소리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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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는 소재에 비해 전반적으로 상당히 재미있다. 두 저자는 진지하게 썼을지 모르나, 곳곳에서 폭소를 금치 못할 대목이 튀어나왔다. 도저히 정부 정책이라고 믿을 수 없는 싱가포르의 “전 국민의 밤(National night)”이 언급된 부분에서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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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 의해 점점 인구수가 줄어드는 세상.
아이를 낳는 것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닐 뿐더러, 라이프스타일의 한 유형에 지나지 않는 세상.
일하는 엄마와 일하는 아빠를 귀감으로 여기며 성장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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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하고 평화를 사랑하고 다문화를 이해하고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나라가 캐나다라는 두 공저자(캐나다인)의 말처럼... 캐나다의 이민정책이 각국의 인구감소 문제에 해답이 될 수도 있겠다. 인구감소가 정말로 “문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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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가 재앙이 될지 축복이 될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국가라는 경계를 지우고 전세계, 즉 지구를 기준으로 보자면 축복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지구에서는 적어도 인구 비대칭에 따른 경제력, 군사력 차이는 사라질 것이다. one nation, one government는 과연 불가능한 이상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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