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하윤재 지음 / 판미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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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읽어도 가슴이 아려오고 슬픔이 밀려와 처음 책을 마주했을때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런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나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음은 아마도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한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담대하게 써내려가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어 고마웠다.


20대까지는 마냥 부모님이 그 모습 그대로 내 곁에 계실 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왜 자신이 늙고 있는데 부모님은 마냥 그대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이 책은 어느날 갑자기 치매판정을 받게 된 어머니와 딸의 기록이다.

많은 부분은 딸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아쉬움은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빠져있는 부분일 것이다.


어느 누구의 삶도 가볍지 않을 것이다.

1년여전쯤 어느 스토리펀딩에서 부모님에게 노트를 드리는 행사를 했었다. 자녀가 기억하는 부모님은 자녀의 시각으로 보는 부모님일 뿐이다. 부모님도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기 전에 한 아이였고, 부모님의 자녀였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부모님 스스로가 써내려가는 자신의 자서전?같은 거였다.

그때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번 추석명절에 나는 아버지께 노트를 선물드렸다.

생각해보면 한번도 아버지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라든지, 어린 시절 친구들은 누구였는지, 혹 첫사랑은 누구인지, 무엇을 제일 좋아했는지, 어떤 놀이를 좋아했는지, 아버지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고, 들은 기억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다.

이번 설 명절에는 어머니에게 노트를 선물할 예정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타인보다도 더 소홀한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더 서운하기도 하고.


이 책의 저자는 어머니 치매 판정에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고 화도 내고 짜증도 냈지만 10년의 세월동안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부정에서 인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지만 그래도 아마도 작가는 어머니를 가장 깊게 이해하게 된 시간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가족의 화해라기보다는 자신과의 기억에 대한 화해의 기록이 아닐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결국엔 간호하는 가족이 환자 본인보다 더 아프다고 한다. 그만큼 병간호는 오롯이 한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짐이 아닐까?

물론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되겠지만 사회와 국가가 나서서 도움을 줘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누군가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고령화사회에서 과연 누가 장담할 것인가?

자신의 가족 중 아무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인지, 게다가 자신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은 늙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혹은 치매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말이다.


어쩌면 결국 저 멀리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 내 가족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는 자식이 부모님에게 가장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의 경우도 해당되지 않을까?  자식 또한 부모님을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올 겨울은 몹시 추울 듯하다. 부모님의 마음이 이 겨울보다는 따뜻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깊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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