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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 2019년 북스타트 선정도서, 2019년 책날개 선정도서,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마을 27
우미정 지음 / 책고래 / 2018년 7월
평점 :
어렸을 적 내가 자랐던 곳은 깡촌 중에 깡촌이었다. 앞에도 산, 뒤에도 산, 옆에는 강, 또 옆에는 밭, 논, 들.
그렇게 자연 속에서 흙 속에서 자랐던 나는 중고등학교때 도회지로 나오면서 언제나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남게 되었다.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보는 색이 '초록'이라고 한다. 지구에서 가장 흔하고 흔한 '초록'. 하지만 이제는 과연 '초록'이 그렇게 흔한 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구는 병들고 아프다.
아파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멀어져버린 산들, 길가의 나무들은 자동차로 인해 어느새 거뭇거뭇하게 변해버렸고, 더이상 내가 밟는 곳에는 흙이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서인지 모른다.
사람들이 항상 피곤해하고, 분노해하고, 무기력해진 이유가 아마도 이렇게 자연을 가까이하지 못해서 그런것은 아닐까?
처음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뭔가 호소록 짙은 암사자의 눈빛에 매혹당했다.
우미정 작가님이 오랜 시간 한획한획 힘주어 그린 그림은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초원'
어느 동물에게는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곳이고, 어느 동물에게는 삶과 죽음의 장소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어떤 동물에게도 꼭 필요한 그곳이 바로 '초원'이다.
누군가는 '초원'을 보며 한가로워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이 부럽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초원'은 한가로운 곳이 아니다.
식물들은 수많은 초식동물들을 위해 열심히 싹을 틔우고,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곳이 바로 '초원'이다.
그래서일까?
'초원'을 바라보면 가장 편안해 보이지만 가장 위험해 보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치열한 법이니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알지 못했을 뿐 혹은 알아채지 못했을 뿐.
오랜시간 우미정 작가님의 '초원'을 들여다본다. 조금이라도 그리움을 삭히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