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
미셸 리치먼드 지음, 김예진 옮김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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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 생활을 위한 아주 특별한 모임 '협정'에 가입하시겠습니까?]


이제 막 결혼한 앨리스와 제이크는 피니건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게 되는데 바로 '협정' 가입 신청서였다. 이 '협정'은 결혼생활을 행복하고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을 바탕으로 둔 계약인데(예를 들어 파티에 부부동반으로 의무적으로 참석해야하며, 한달에 한번 서로에게 선물을 주어야하며, 여행 또한 주기적으로 가야하며, 상대방의 전화를 반드시 받아야하며 등등. 엄청난 두께의 보험약관같은 '협정' 메뉴얼 책자가 첨부되어있다) 앨리스와 제이크는 당연히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고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데 반대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당근 유쾌하게 '협정'회원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협정'은 그들의 생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가정일에 소홀히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협정'의 규칙에 자신들의 생활 자체가 구속되는 것까지는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협정'의 규칙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 제재(벌)를 받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뒤늦게 앨리스와 제이크는 자신들이 이상한 곳에 발을 내딛뎠다는 것을 깨닫지만 '협정'은 마치 조폭의 세계처럼 한번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두려워하며 '협정'을 벗어나기 위해 고분군투하게 된다.


과연 앨리스와 제이크는 '협정'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과연 '협정'은 진실로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위한 가이드인가?


생각 외로 엄청난 책의 두께(총 607페이지)에 놀랬고, 의외로 빨리 읽혀서 더 놀랬다. ^^


주인공 제이크는 친구들과 함께 상담사무실을 운영하는 상담사이다. 그래서 그런지 제이크는 시종일관 자신의 감정, 혹은 행동을 분석하고 정리한다. 또한 타인의 행동과 감정, 말도 분석하고 정리해서 이해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제이크 또한 완전하지 못한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 또한 항상 모든 것을 이해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아내 앨리스에 관해서는 집착하고, 질투하는 평범한 남편에 불과하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책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위선적인 인간이라기보다는 솔직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너무 사랑하는 아내 앨리스를 독차지 하고 싶다는 욕망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아내 앨리스가 자유롭게 살아기길 원하는 마음이 수시로 부딪친다. 아마도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나 감정은 동전의 양면같은 성질을 띄기 때문에. ^^;;;)

가끔 제이크는 너무 책이나 통계, 이론 따위를 늘어놓아 자신들의 결혼생활이나 자신에게 상담을 하는 부부들에게 대입하는데 그것은 어리석어 보였다.

통계라는 것이 '참'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혈액형 성격처럼 말이다. 단 몇백명?만 조사해서 통계낸 성격이 무슨 모든 사람들을 구분해내는 부적처럼 쓰이는 것이 말이 되는가.)

사람의 지문이 다르듯이(일란성 쌍둥이도 DNA는 같아도 지문은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성격 또한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 지독히도 인색하다.(반대로 타인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 이타적이기를 원하고)

부부 혹은 연인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20~30년 혹은 더 많은 시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의 헤어짐의 이유를 대라면 '성격차이'를 이야기한다. 아니 당연히 성격이 차이가 나지 똑같으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그저 인간을 흉내낸 자신의 입맛대로 만든 로봇과 다를바 없지 않을까.

결국 결혼이나 연인관계(개인적으로 가족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를 오래도록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성실함과 이해도에 따라서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협정' 또한 이러한 '선의'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 두 사람, 여러 사람들이 모이면서 '협정'의 규칙은 점점 늘어났을 것이고, 서로의 주장들이 마찰을 빚었을 것이다. (모임은 처음은 선의로 모이다가 어느 순간 덩치가 커지면 선의를 갖지 않은 사람들도 들어오게 되고 결국 엇나가게 되고 무너지게 만든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지만 어머니가 늘 말했듯이 음치였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내가 마치 동네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슬그머니 엿듣는 외국인이 된 듯 소외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싶었다. 앨리스가 이렇게까지 즐겁게 음악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잘 어울렸고 앨리스의 목소리는 남자의 목소리 주위를 자전하다가 정확한 순간 함께 어우러져 완벽한 화음을 이루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이 자리, 계단에 앉아 노래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듣고 있으니 눈물이 고였다.

나는 이 순간 결혼에 대해 최근 몇달 동안 했던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생각했다. 도대체 결혼이라는 게 뭘까? 우리가 어렴풋이 생각하던 보편적인 결혼의 개념은 두 명이 모여서 함께 사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사람 다 그동안 쌓았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자연스럽게 예전의 자기 자신을 버려야만 하는 걸까? 한때는 우리에게 몹시도 중요했던 무언가를 결혼의 신에게 제물로 바쳐야 하는 게 아닐까?]

                                         -p 311 중에서 발췌


철학 수업 중에 이런 이야기들을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어제의 나'가 아니라 '오늘의 나'이다.

(선생님 중의 한 분이 교수실 전화기 음성대기에 이렇게 녹음하셨다. -안녕하세요. 저는 녹음된 OOO입니다. 삐~소리가 나시면....-)

논리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1초전의 우리가 아닌 것이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한 과거의 우리가 우리가 아닌 것도 아니고. ^^;;;

여튼 과거의 자신도 현재의 자신을 형성하긴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가 현재의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다라는 이야기인데, 결국 결혼이나 동거는 우리를 서로 오랜 시간을 타인으로 살다가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된 동반자로서의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도 그렇지만 제이크와 앨리스가 신중했든 신중하지 못했든 간에 '협정'을 선택한 것은 자신들의 의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의지였듯이.


오랜만에 '완벽'과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책이었다. 물론 재미있게 읽었고. (약간의 아쉬움은 너무나 뻔한? 결말에 반전은 없었다. 물론 끝부분에 드러난 반전은 조금 급하게 마무리진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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