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교양 100그램 5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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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 혹과 같이 떼어내야 할 증상이 아니라, 마치 혈압처럼 순간 올라갔다 내려가는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합니다.”
(8쪽)

“성격 문제와 같이 고치기 어려운 것으로 생긴 불안이라고 보지 말자는 것입니다. 불안은 지금 내 상태에 대해서 내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내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상황이 바뀌거나, 내가 쉬고 나면, 혹은 다른 일이 해결되고 나면 자연히 불안을 느낄 일이 아니게 될 확률이 99%입니다. 그런데 존재론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내가 대처를 하든, 얼마나 시간이 흘러가든 상관없이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논리가 성립하면서 고통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가급적 상황이나 맥락의 관점에서 보자고요.”
(74-75쪽)

주말에도 일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잔잔한 불안 속에 사로잡혀 있기를 벌써 두 달째.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에 서평단을 신청했고, 침대 위에서 단숨에 읽어냈다.
처음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유 없는 불안이 있을까?'였다. 불안의 원인을 찾는 데 골몰하다가 정작 눈앞에 닥친 일을 해치우기 위한 준비 과정은 소홀히 하고, 그런 스스로를 다그치다가 의욕 잃기를 반복하던 와중에 또 또 그 이유를 찾고 있다니. 나도 참 내 불안세포들만큼이나 끈질긴 애구나 싶었다. 하물며 명확한 원인을 찾아낸다고 해도 저자 말대로 불안을 혹 떼듯이 말끔하게 제거할 수는 없는데 말이다.

'싸울까 도망갈까 반응'이나 부정적 인지 삼각형 사례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현재 내가 느끼는 불안을 존재론적 문제로 쉽게 귀결시키지 말자는 것.
최근 일로써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았는데 대화의 주도권을 잡지 못해 흐름이 끊길 때마다 자꾸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됐다. 나는 인터뷰 쪽엔 영 소질이 없는 인간이구나 ->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두려워진다 ->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사람과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지는데? -> 그렇다면 나의 사회성은 어떻게 재평가되는 것이며, 앞으로 나는 무얼 하며 먹고살아야 하지...하는 식으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렇게까지 비약해서 생각할 일인가 싶지만 막상 불안의 최고조 상태에 달하면 나도 나를 절제할 수가 없다.

물론 약간의 불안은 어떤 일을 추진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 다만 그걸 인식만 하고 있느냐, 실제로 불안을 길들일 줄 아는 사람이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달라지는 것 같다. 어차피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불안이라면 까짓것 나도 길들여보지 뭐..! 막연하게나마 내 안의 어떠한 가능성을 믿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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