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검사들 -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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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엘리트 집단? 이 환상이 깨짐과 동시에 드라마 <비밀의 숲>을 내 인생드라마 목록에서 빼버렸다. 이제는 검사의 영웅담을 다루는 콘텐츠가 등장하면 의심부터 하게 된다나 혼자만 이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불행히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검사검찰에 대한 불신을 입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


검찰제도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되는 것. 본문을 다 읽고 이 내용이 적힌 곳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인권을 지켜야 하지만 오히려 피의자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애쓰는 검사,

임금 체불 사업주의 비겁한 선택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식 공소장만 남발하는 검찰,

사회적 약자들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패싱 당하는 현실

 

이 외에도 시민들이 스스로의 판단을 검열하게 만들도록 위축시키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우중충한 민원실 분위기부터 사람을 주눅들게 만든다고 하니, 오죽하면 저자가 검찰개혁은 민원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할까이런데도 과연 검찰이 인권보호의 가치를 지킨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오늘날 검찰에게 자주 붙는 정치검찰꼬리표는 또 어떠한가. 시민들이 그 행태를 단순히 비꼬는 게 아니란 점을 깨달았으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비판의 목소리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 단어는 검찰개혁도 아니고 공정정의는 더더욱 아니다. 바로 부랴부랴’, ‘들쭉날쭉이다.

1212 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황당한 논거로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고,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고 나서야 부랴부랴입장을 바꿔 가해자들을 기소했다.

들쭉날쭉한 법의 잣대도 그렇다. 소위 힘 있는 자들은 죄를 지어도 처벌 받기를 요리조리 잘 피해 간다. 오죽하면 유권무죄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정의로운 검사가 왜 없겠는가 싶다가도바로 얼마 전, 검사 18명이 판사로 임용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 섬뜩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저자의 말마따나 공익의 대표자인 그들에게 일개 시민인 내가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이 현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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