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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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 인도 이민자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야설 강좌라니, 과연 파격적인 소재다. 그것도 매일같이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모두 감내하며 살아가는 '과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보통 글쓰기 수업은 시나 에세이 짓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고 일상 속 우울감을 해소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지만, 따지고 보면 야설로 삶의 아픔을 치유하지 말란 법도 없다.


나이 지긋한 사별 여성들이 이 수업의 학생 역할인 반면, 신여성 혹은 MZ세대로 대표되는 니키가 수업을 지휘한다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사실상 니키는 취업 사기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지만!). 그런데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사제지간으로 묶이지 않는다. 사별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가면서 니키가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그렇다고 이야기가 '여적여' 구도로 쏠리지도 않는다.

글자를 쓸 줄 모르는 이 학생들은 야설을 기록물로 남기기 전 서로가 생각해 온 이야기를 발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더 현실적이야, 아냐 이게 더 낭만적이야, 하는 식으로 티키타카하며 이야기를 다듬어 낸다.

생기발랄하고 유쾌한 장면이 이어지는 한편, 한 여성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두고 장르가 미스터리•스릴러로 전환되는 순간들이 있다. 여성혐오를 기반에 둔 명예살인, 결혼 문화를 바라보는 세대 간 서로 다른 관점, '형제회'와 같은 남성 단체의 모욕적인 감시를 피해야 하는 사우스홀 여성들의 고초 등 진지하게 생각해볼 지점들도 다수 등장한다.

아, 그리고 책에 실린 야설들의 수위가 꽤 높은 편이었다. 특히 미라와 리타의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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