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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미즈노 케이야 지음, 신준모 옮김, 텟켄(철권) 그림 / 살림 / 2015년 9월
평점 :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라는 평이한 제목과 두 남자가 서 있는 단정한 그림이 호기심을 당기긴 했지만 얼마나 재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싶었다.
꿈을 꾸는 일 자체가 호사처럼 느끼지는 것이 요즘 세태인 것 같다.
그래서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내고 마음의 평온을 찾으라고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북트레일러를 보니 마치 영화처럼 한 편의 이야기가 흐르고 그 안에서 무언가 메시지를 담고 있을 거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쫄쫄이를 입은 꿈 캐릭터가 재미있었다. 유치하다면 유치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하고자 하는 얘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내 기대가 맞아들었다. 그림이나 내용은 간단했고 그래서 오래 걸리지 않아 후루룩 읽어낼 수 있었다. 페이지를 빨리 넘기면 마치 그림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부분도 있어, 예전에 교과서에 장난으로 그리던 그림도 생각났다. 그만큼 쉽고 빨리 읽혔다.
그런데 빨리 읽힌 만큼 한 번 더 읽었는데 이번에는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뭔가 방지턱처럼 턱턱 막히는 부분이 여럿 생긴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게 되고, 짧은 한 줄 글귀를 뚫어져라 보게 되고, 살아오면서 나는 어땠나 떠올려보게 된다. 금방 읽히지만 여운이 오래간다는 말이 이런 걸 말하는 것이었구나 알게 되었다.
주인공은 오늘을 사는 흔하디 흔한 사람일 뿐이다. 생활에 지치고,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고, 그저 오늘 하루만을 버티었다는 만족감으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 아마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 같다고 느낄 것이고 그래서 이 책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곧 죽을 때가 되어서야 항상 꿈을 꾸며 사는 것이 중요하고, 일상의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편지 한 통에 진심을 담아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삶의 통찰을 가감 없이, 젠체하지 않고, 빙빙 돌리지 않고 이야기한다. 살아 있는 이 순간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노력하는 것만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라고.
그동안 너무도 많은 이야기와 책과 영화와 드라마와 노래가 이 핵심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너무 많다 보니 이렇게 간단하게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을 온갖 포장으로 꽁꽁 숨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심플하게 핵심을 찔러서, 감동적인 부분이나 반성하게 되는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여백이 많은 그림도 이런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그림으로 시선을 빼앗기보다는 인물들의 작은 동작, 세밀한 표정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으니까. 게다가 그림을 보면서 나 스스로를 생각할 여유도 주는 것 같다. 책 소개를 보니 텟켄이란 일러스트레이터는 <시계추>란 애니메이션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 작품인데 매우 극적이고 감동적인 내용이었고,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의 화가로 아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리 잘 맞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을 수 있었는지... 감탄이 나왔다.
글과 그림, 메시지 모두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잘 조화를 이룬 책이었다. 한 남자의 생의 마지막을 그리지만 쉽게 읽히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꿈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메시지 덕분에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옮긴이 신준모 씨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꿈을 꾸었으면,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