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 인정받는 사람들의 30가지 의사전달법
송과장 지음 / 살림 / 2015년 4월
평점 :
"너 이것도 몰라?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왜 작성해 놨어!"
꽤 오래 전에 직장상사에게 불려가 혼이 났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엔 왜 혼이 나는지도 모르는 채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모르면 물어보는 것이 신입의 자세이거늘, 나는 아무것도 모른 백면인 채 내 맘대로 보고서를 갈겨 호랑이 같은 부장님께 바로 들이댔던 것이다. 그 덕에 내 사수는 회사의 기본 양식도 지키지 않은 보고서를 얼굴로 받아내야 했고, 나름 며칠을 끙끙대며 쓴 보고서를 자랑스레 여기는 나를 따로 불러 일침을 가한 것이다.
직장인들은 업무수행 중 상하좌우 동료직원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직무 스트레스보다 더 고통스럽고 심한 경우 부적응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나의 스트레스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소통’을 주도해야 한다. 왜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여유롭게 기획안이 통과되고 성과를 눈에 띄게 내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며 죽도록 노력하는데 성과가 없는 걸까?
회사에서의 인간관계, 업무수행, 그리고 성공과 관련된 여러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접근 방법과는 차원이 다른, 정글에서 살아남는 ‘비밀’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직딩으로 몇 년을 보내며 그리고 자연스레 대리로 직급이 올라가며 상사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후배들과의 관계에서도 소위 ‘빡 치는’상황이 여러 번 연출되었다. 그때마다 느낀 ‘소통’의 중요성은 매우 컸다. 대한민국 S그룹 교육담당자 출신이 쓴 업무 매뉴얼이라는 이 책에선 우리가 집과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으나 일할 때는 꼭 필요한 눈치와 전달, 소통의 ‘비밀의 방법들’이 며느리도 안 알려주는 맛의 비법처럼 액기스만 모아져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꽉 들어차 있다.
본 책이 주는 메시지의 핵심은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과 정서, 업무를 함께 주고받으며 갈등상황에 대처하고 뒤의 후배들을 이끌며 상사에겐 정확한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업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 지시, 보고, 공유는 큰 범위에서 전달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말로 하면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엔 어려운 이 전달의 방법들을 저자는 실제 업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알려준다.
책을 통해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변화를 예로 든다면, 나에게는 매우 느릿느릿한 성격을 가진 후배가 한 명 있다. 일을 시켜놓으면 세월아 네월아하고 후배는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한다. 오히려 보고받아야 할 내가 똥줄이 타 자꾸 후배를 보채게 되고 결국 화를 냈던 적이 여러 번이다. 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오는데, 바로 ‘후배에게 주지 말아야 할 것들’이란 소제목에서 나온다. 그렇다. 나는 주지 말아야 할 나의 불안감을 후배에게 그 동안 줄곧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일을 처리 못하면 나에게 떨어질 불똥과 그걸 그대로 반영한 불안감을 후배에게 고스란히 주어 괜히 화를 내고 있었다. 반성하고선 그 후배에게 일 처리할 시간을 역으로 계산하여 주었다. 사실, 내가 하면 빠르게 끝날 일이지만 내가 천년만년 살아 있지 않으니 나의 후배를 기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일을 처리할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 주고 미리 말해 주되, 그 시간을 넘기면 엄하게 이끌었다. 그 결과 예전엔 질과 시간을 모두 놓쳤다면 이제는 그 후배가 일에 대한 이해를 스스로 하기 시작하여 업무의 질은 높이고 시간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막내로서 받았던 모든 사랑을 이제는 내어주어야 하고, 막내라서 어느 정도 덜어내었던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진다. 점점 경력이 쌓이면서 아직 초보지만 후배를 이끌어야 하는 자리가 쉬운 일은 아니다. 좋은 상사는 모두가 바라지만 이루기는 정말 힘든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빨리 ‘좋은 상사가 되는 법’을 알게 된 것이 나의 가장 큰 소득이다.
나는 답답하지 않으나 선배들은 답답했을 나의 신입시절의 잘못들을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후배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고, 나한테만 까칠하게 구는 김부장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하루하루 함께 늙어가는 입사 동기들에게는 상사 욕으로 시작하는 대화가 아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여유를 보여주게 되었다. 책을 통해 달라진 나의 모습으로 수행한 지금까지의 업무 성과가 나름 괜찮다고 자평하여 임원 승진은 아니더라도 올해의 사원상을 바라보고 있다. 만약 정말 올해의 사원상을 타게 된다면, 그 영광은 송과장에게 돌리고 싶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 세상의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기적 같은 변화를 불러오는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