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옥봉>. 수백 편의 시를 쓴 종이에 기름을 먹여 온몸에 휘감은 여자의 시신이 중국 해안에 떠오른다.(첫 장 '괴이한 소문) 백지로 둘러싸인 안쪽에는 '해동 조선국 승지 조원의 첩 이옥봉'이라고 쓰여 있다. '처음 시를 몸에 감고 물에 빠져 죽은 여인의 이야기를 접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일었다. 그게 사실이든 신화적 상상이든 중요하지 않았다.-작가의 말에서.' 조선 시대 대표적 여성 시인 허난설헌, 황진이, 이옥봉... '옥봉'을 찾아내어 소설화 한 것도 놀랍지만 첫 장부터 이런 게 필력이구나 생각했고, 장마다 인용된 옥봉의 시에 가슴이 떨리는 걸 느낀다. 괴로움, 괴로웠던 마음에 장정희의 문장이 들어와 처연으로 바꾸어 놓는다. 슬픔은 고통과는 다르니까.함께 읽는다면 고요하고 아름다운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