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행복철학
팀 필립스 지음, 정미현 옮김 / 빅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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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행복의 정복을 토대로 작가의 관점을 살려 유쾌하게 쓴 책이라 가볍게, 하지만 울림있는 글을 접했다. 러셀은 누구나 인정하는 성공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이지만, 그의 인생에도 실패가 많았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아무리 유복해도 자신과 세상의 대결에서는 승리만 있을 순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괴델이라는 젊고 총명한 수학자의 등장으로 그의 400쪽 분량의 1+1=2라는 것을 증명한 논문은 사라지고 만다. 그래도 그는 즐겁다고 한다. 종교적 의지가 없는 그에게는 여러 경험이 곧 살아있는 축복을 의미했으며, 스스로 찾아가는 행복의 일환으로 여겼던 것같다. 이 점에서 예전부터 러셀에 끌렸다. 행복은 의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 헤매고, 나눠줄 때 생겨난다는 그의 뜻은 참으로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지금도 커밍아웃이라 하며 시끄러운 동성애에 대해 보수적이던 당시의 여론을 뛰어넘어 동성애를 인정하고 비난하지 않았던 개방적인 태도도 존경할 만한다. 행복의 정복을 요약해서 다시 읽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오늘날의 기술과 배경을 접목하여 21세기의 행복의 정복을 고찰해준 저자의 관찰력도 뛰어나다. 에이브럼 링컨의 대사도 평범한 사람을 끌어안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신은 평범한 사람을 아낀다라는 인상은 하루하루를 남보다 앞서가진 않지만 묵묵히 살아가는 범인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준다.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진 않고, 돈 많은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반드시 행복하지 않은 것이 세상이다. 각자 행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무엇으로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늘 행복을 향해, 마치 사랑을 하듯 행복을 바라보고 부지런히 단기적인 희열과 장기적인 희열을 교차하며 기쁨에 찬 하루를 보내야 한다. 러셀의 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또한 단순히 사후를 바라보는 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즐거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실천적 사고라고 본다. 여러 카테고리로 나눠서 읽으니 이전에 러셀의 행복철학을 읽을 때보다 쉽게 읽히는 면이 있다. 물론 그렇더라도 러셀의 원전보다 낫다고 하긴 어렵지만, 여러 각도로 생각해보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시대를 앞서 행복에 대한 깊은 고찰을 보여준 버트런트 러셀에게 존경을 표한다. 취미로 수학을 하여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흥미로운 삶,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을 대중에게 쉽게 알린 그의 공로를 잊지 말아야겠다. 물론 이 책을 집필한 저자의 깊은 안목과 넓은 시각에도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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