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시간 죽이기. 아무런 감동이 없다. 이 세계를 겉핥는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페를 사랑한 그들 - 파리, 카페 그리고 에스프리
크리스토프 르페뷔르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획과 번역을 함께 하는 걸로 유명한 번역 작가가 번역한 작품이라 프랑스 까페 문화에 대한 뭔가를 "많이도" 기대하며 샀다. 풀 컬러 인쇄에, 그래서 책 값도 그리 싸지는 않고, 표지도 근사하고... 하지만 결국 무엇 하나 그리 썩 만족스런 구석이 없는 책이다. 그저 그런 원서를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낸, 딱 그런 번역서의 느낌.

내용도 까페의 역사 개관과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 정보를 제외하곤 많은 부분에서 그 소리가 그 소리고, 했던 말의 반복이다. 사진도 이방인의 눈에 프랑스의 카페들을 흥미롭게 보여주기에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이고 내용과 따로 노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원서 자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책값 받으면서 편집이 너무 엉성하다는 점이다. 부록이라고 버젓이 이름 붙인 부분은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카페를 사랑한 사람들에 관한 인명록에서는 불어 교정도 제대로 안 본 것 같아 불어의 한글 표기가 틀린 부분이 꽤 있고, 그렇게 일부러 리스트까지 부록으로 만들었으면, 리스트에 실린 인물들에 관해서 일관성 있게 그 정보를 제대로 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보들레르나 플로베르 등 유명 인물 몇몇의 경우만 설명을 다소 붙여놓는 식이고, 또 책이나 작품의 경우도 설명을 달아놓은 것, 달아 놓지 않은 것, 정말 엉성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지다가 눈에 띄면 찾아서 달아놓고, 안 띄면 건너뛰고, 뭐 이런 식인 건가.. 그리고 솔직히 프랑스 지도도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기껏 주 이름이나 찾아보자고 두 페이지나 허비하는 꼴이다. 사실 이 책을 사는 독자들은 본문에서 언급된 그 주에 적어도 어떤 도시들이 있는지는 궁금해할 만한 일 아닌가. 사실 프랑스의 경우, 우리가 그 주 이름보다는 도시 이름으로 쉽게 아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그리고 역자 후기. 본문에 나온 내용의 똑같은 반복에 다름아닌 글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깜짝 놀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물아홉, 그가 나를 떠났다 - 2005 페미나상 상 수상작
레지스 조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푸른숲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먼저 이 책의 제목을 원제 Asile de fous (미치광이들의 수용소: 정신병동) 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그 어감을 살려 우리말로 번역하는 게 더 낫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네 인물의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지껄임의 끝없는 푸가가 이 책의 모든 것이다.

한 커플의 연애가 파국을 맞으면서 벌어지는 관련 인물들의 적나라한 정신 세계, 의식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진실, 그리고 그것을 광인처럼 쏟아내는 말들의 잔치. 처음부터 그것은 말, 말, 말들로 이루어진 정신병동이다. 인칭과 화자의 변화에서 받은 신선한 느낌도 없지 않으나, 주인공들이 쏟아내는 처절한 내면 세계는 가면 갈수록 지루하기 그지 없다. 프랑스 모랄리스트의 전통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랄까. 첨부터 끝까지 인간의 내면만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책의 문학적 가치를 떠나서, 개인적인 평가겠지만, 일단 너무 지루한 독서의 경험이 씁쓸함을 남기는 작품이다. 말들은 쏟아지고 나는 뻗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나오기 전, 몇 번 이혼을 하고 성이 다른 자녀들을 데리고 산다는 작가의 사생활을 세간의 소문으로 듣고서 참 대단한 여자라 생각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책임이 막중한 일인지 키워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진대, 사랑 하고 아이 낳고 이혼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걸친 그 노곤한 삶의 여정을 거쳐 성이 각기 다른 아이들을 품고 살아가는 여자. 그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사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에 더욱 흥미로울 수 있었다. 이런 가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엄연한 진실이고,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니까.

일단 이런 가족 구성은, 이혼이 만연하고 홀부모 가정, 공개입양 가정이 늘어가고, 이혼한 남녀의 재혼으로 새롭게 이합집산하는 가정도 늘어가는 등 전통적 가족 구성이 해체되고 있는 지금의 가정 풍속을 잘 대변하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찢어지건 뭉치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최대한 행복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고, 부모는 아이를 자기만의 소유물로 취급하여 곁에 두겠다는 아집을 버리고 서로가 더 행복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마인드로 타협할 필요가 있을 것임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이혼으로 상처를 입은 부모에 의해 역시 상처를 받고 자란 주인공 위녕. 이 사춘기 소녀가 아버지의 집을 떠나 엄마의 집에 와서, 성이 다른 두 동생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족간의 갈등과 성장기의 깊은 상처, 사춘기의 고뇌, 소녀 위녕은 이런 삶의 풍랑을 사랑과 증오, 질투와 배려,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통해 깊은 용서와 화해로 갈무리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세 번 이혼 끝에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슬프고도 씩씩한 인생이 있었다. 딸과 엄마, 딸과 아빠, 그리고 아빠가 다른 형제들은 각기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로운 인간관계의 제시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은 서로가 공기처럼 살아내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가장 필요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각자 자유로운 공기처럼 살아가고, 서로에게는 소중한 공기가 되어주어야 하는 사람들. 서로에 대한 욕심과 아집을 버리고 관심과 사랑으로 충만한 관계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감정이 다소 지나치게 넘쳐흐르는 경향이 없지는 않으나, 특유의 입담과 유머, 그리고 적재적소의 사유들이 독자를 웃게 하고 울게 만든다.

이 책은 소설로서의 가치는 차치하고라도, 이 시대에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할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이런 가족.. 자기가 겪지 않은 삶에 대해, 자기와 다른 기준으로 살아가는 타인에, 엄청난 부정적인 편견을 갖는 게 우리 사회다. 그게 한 가족이건, 사회의 어느 집단이건, 국가 차원의 문제이건, 근거 없는 편견이 우리를 멍들게 한다.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보아라. 마음이 좀 편해지고 눈이 열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문학계의 분더킨트로 불리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사랑의 역사>의 니콜 크라우스 부부. 그들의 두 성공작도 엇비슷한 느낌을 주는 공통 요소들이 있다.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어떤 대상을 죽도록 갈망하며 찾아나서고, 그 과정이 마치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 같은 구성, 그리고 미소 뒤에 잔잔히 배어나오는 슬픔의 정서까지...

<사랑의 역사>는 사랑하는 여인을 잊지 못하는 레오 거스키 노인과, 아빠의 죽음 뒤의 상실감 속에서도 엄마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열네 살 소녀 알마의 전혀 다른 인생이 '사랑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엮이면서 삶의 진실들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다. '사랑의 역사'는 이 책의 제목이면서, 이 작품 속에 존재하는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거스키가 젊은 시절 사랑하는 여인 알마를 생각하며 쓴 원고의 제목이고, 원고를 훔친 그의 친구가 출간한 책의 이름이며, 우여곡절 끝에 우연히 이 책을 손에 넣은 이스라엘 청년이 아내(알마의 엄마)의 사랑을 얻고 딸에게 '알마'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 근거가 된 책이다. 그리고 독자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 실재와 상상, 원고와 사본과 번역본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랑의 역사는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다. 편지와 원고와 번역과 기록, 이와 같은 문자의 힘으로 인간 문명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그 '사랑'의 호흡이 느껴지는 듯하다. "실제로 할 말이 많지 않다. 그는 위대한 작가였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그것이 그의 삶이었다."라는 거스키 자신이 쓴 부고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맺힌다.

책 하나를 모티브로 60여년의 세월을 오가며 엮이는 인연의 사슬들이, 후반부로 가면서 서서히 아귀가 맞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롭고도 애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피폐한 현실을 살아가며 머리가 사막처럼 메말랐다고 느껴질 때 읽으면 좋지 않을까...

문학의 힘이라는 것, 그게 새삼스럽게 얼마나 큰 것인지, 유태인 출신의 작가 혹은 유태인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을 통해 생각해보게 된다. 니콜 크라우스가 유태인 가문 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연성이 클 것 같다. 이 책에 그려진 주인공 레오 거스키가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유태인이라, 그들의 언어와 역사와 감성이 이 책에서 절절히 배어나온다. <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의 주인공도 유태인이고 (작가가 소련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집안 출신인데, 그도 유태인 집안일까?), 엘리 위젤의 <나이트>는 두말 할 필요도 없고... 재력도 중요하지만 유태인의 정신적 아우라는 아마 이런 작가들의 재능, 문학 작품 속에서 한껏 발휘되어 세계로 퍼져나가니, 부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모스크바의 서점에서 우리의 문학 작품을 발견하는 그날까지 우리도 정진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