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불평등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짧았던 고성장의 좋은 시절은 막을 내리고, 월급장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치솟는 전세금을 메꾸거나 월세나 교육비를 뜯기고 나면 남는 게 없고, 자영업자들 역시 힘들게 번 돈의 대부분을 건물주에게 갖다 바쳐야 하는 팍팍한 상황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헨리 조지의 "사회문제의 경제학"은 이러한 사회 문제의 핵심과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정확히 짚어 준다.

부의 근원은 노동이지만, 아무리 노동을 하고 싶더라도, 살 집이 없고 일할 땅이 없다면 노동은 쓸모 없게 될 뿐이다. 이렇게 중요한 토지라는 생산요소를 사유재산으로 만들어 독점하는 이들에게, 대부분의 우리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헨리 조지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일깨운다. 토지는 곧 자연인데,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지 않은 자연물을 특정한 인간이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없음은 자명하며, 따라서 모든 토지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가 토지를 공유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균등분배와 같은, 구태의연하고 한계가 있는 방법이 아닌, 토지의 지대에 대해 100% 과세한다는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 역시 주목할만 하다. 너무나 쉬운 방법이라 의심이 갈 정도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그렇게 되면 모든 토지의 가격은 0으로 떨어질 것이다.) 말은 쉽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서두에서 조지가 지적하는 대로,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면 힘들 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도 떨어진다는 또다른 역설이 장애물로 남는다.

헨리 조지의 사상을 공산주의적이라 매도하는 사람도 있을 듯 하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의 핵심적 모순을 날카롭게 찌르면서도,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기에 생산의욕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는 공산주의의 문제점은 피해 나간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오히려 보수적이라 느껴질 정도이며, 생산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단지 토지를 선점했다는 이유로 잉여가치를 빨아 가는 행위에 그는 반대했을 뿐이다.

헨리 조지의 생각을 실현하려면 몇가지 문제를 더 해결해야 한다. 지대에 대한 과세로 조성된 기금을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할 것이고, 어떠한 방법으로 토지의 지대부분을  정확히 계산하여 징세할 수 있을 것인지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자율+유지보수비용+공실 위험 등에 대한 위험프리미엄을 제외한 부분은 전부 토지 지대로 보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토지의 독점 문제가 해결이 된다 해도 자본의 독점에 대한 해결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로 남는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대 과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복지 재정으로 활용한다면, 자본의 독점으로 인한 피해를 상당폭 누그러뜨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민의 참여와 감시라는 줄로 꿰어 내야 그의 아이디어는 비로소 보배가 될 것이다.  증세없이 복지를 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공약을 내건 대선후보를 당선시키고, 최근 발표된 전월세대책과 같이 "주택공급"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임대업자에게 도리어 양도세 등의 세금을 깎아 주어 지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정부에 저항하지 않는 인민들이 앞으로도 다수를 차지한다면, 부동산 투기는 여전히 아주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되리라 본다.

만일 헨리조지의 사상이 구체적으로 공론화될 경우, 기득권을 대표하는 정치 세력과 언론들은 분명 세금폭탄이라는 레토릭으로 아파트와 같은 자그마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중산층을 선동하려 들 것이다. 바로 이때문에 정치적으로 헨리조지의 사상을 실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소수의 사회, 경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넘어 더욱 널리 읽혔으면 한다.

물질 문명의 발전이 사회의식의 발전과 연계되지 않으면 큰 비극을 나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이 다시금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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