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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잠으로의 여행 - 잠에 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캣 더프 지음, 서자영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잠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은 포근하고 편안하다. 잠은 어떤 사람에겐 편안한 시간으로 또 다른 사람에겐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 잠은 휴식이란 의미와 연결된다. 어렸을 적 잠이 많았고 수험생 시절엔 잠을 줄이지 못하는 게 고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시험 전날, 결혼식 전날처럼 중요한 날엔 긴장이 되어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여행지에서도 이불이 무겁거나 불편하면 잠을 못 자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임신을 한 후 불면증이 생겼다. 최근 수면이 불규칙적이라 잠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이 책 제목인 '행복한 잠'이란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누구나 잠을 자야하지만, 행복한 잠을 자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에세이처럼 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잠이 드는 과정과 꿈에 대해 고대부터 내려온 이야기나 설화, 과학적 근거, 철학자의 의견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본인의 경험과 엮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잠에 대한 이야기라면 정신학적으로 분석해 딱딱하게 쓴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부드러운 내용으로 써져 있었다. 잠에 대한 동양철학적 분석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다. 그러면서
수면약의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간다.
책에서 포인트 색을 보라색으로 썼는데, 제목이 바뀔 때마다 보라색 장미가 그려진 바탕의 그림이 등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문화권에 따른 잠에 대한 시각의 차이다. 출산 후 아이와 같은 방을 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게 아이와 애착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서구권은 아이의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방을 어릴 적부터 따로 쓴다고 한다. 예전에 들어본 이야기인데 아이의 욕구를 무시한다고 독립심이 길러지는 건 아니라고 봤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방을 따로 쓴 경우 커서 수면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동안 불면은 개인의 문제로 생각했는데, 책에서 푸른색 조명이나 유난히 밝은 바깥 조명 등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사회구조적으로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불면증에 대한 관심은 고대부터 있었으나, 산업화 이후로 불면증이 증가했고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수면제 등 잠에 대한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수면제의 문제점과 같은 것은 워낙 유명하니 알고 있었지만, 불면증에 대해 사회구조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새롭게 다가오면서 왜 그동안 그런 생각을 못 했나 싶었다.
보통의 과학적 시각을 지닌 책이 그렇듯 논문을 인용하고 간결하게 쓴 책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천천히 여러 주제에 이야기하는 것이 여러모로 새롭고 좋았다. 이 세상에 불면증 치료제는 없고 이 책을 읽는다고 잠이 더 잘 드는 뾰족한 수가 생가진 않겠지만 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