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공부하는가 -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
에르빈 바겐호퍼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 들어 학습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평생 공부라는 구호아래 직장인들도 공부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공부에 파묻혀 지내지만, 생각해보면 힘들게 공부했던 지식이 쓸모가 없는 경우도 많다. 학창 시절 이런 과목들을 대체 왜 공부해야하는지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무조건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 뿐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규격화된 교과 과정과 학교 수업에 의문을 품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큐멘터리 영화 <알파벳>을 책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part 1~3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파트에 하위 챕터가 있다. 챕터의 앞부분에는 감독이 뇌과학자, 교육학자 등을 인터뷰한 내용이 나오는 등 현대 교육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다룬다. 그리고 각 챕터의 뒷부분마다 안드레 슈테른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안드레 슈테른은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은 음악가, 교육학자이며, 그의 아들 안토닌 슈테른 또한 학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이 책에서는 특별한 교육 없이 안토닌을 양육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이 책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현대의 학교 시스템은 표준화된 일을 하도록 인간을 준비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고안되었다.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으로, 무언가 순위를 매기는 것은 효율적인 통제수단이다. 표준화된 시험은 교육을 인적 자본으로 변화시킨다. 시험에서 빠지는 과목은 수업에서 밀려나며, 시험응 위한 트레이닝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특정한 시험에 대한 지능만 획득하며, 삶에 필요한 넓은 시각을 획득하지 못 하고 창조성이 위축된다. 하지만 교육과 같은 사회적 시스템은 이러한 이윤추구 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런 순위 매기기는 객관성을 위장하여 사람들이 모든 것을 측정, 분석, 수량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교육의 기회 불평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이를 대물림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무엇은 공부할 것인지를 정하는 건 부모도, 자녀도 아니다. 시장 경제의 엘리트들이 필요에 따라 정하며 현재는 자연과학, 기술, 언어가 그런 과목들이다. 유년기의 목적은 경제 성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부모는 자녀가 학업 성과를 거두기 원한다. 학교에서 어떤 성과를 내면 부모의 눈은 반짝한다. 그러면 부모가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공부에 매달리게 된다.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아이들은 맹목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비생산적인 작용을 한다. 생명은 경쟁이 아닌 교환에서 시작한다. 인간이 삶 속에서 실현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사랑을 통해서만 실현된다. 우리는 철저히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아야하는 시스템에 익숙하지만, 자연스러운 훈련은 가르치지 않아도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내부에서 나온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은 '교육 이데올로기는 과대평가 되었다. 그것이 문제다.'라는 부분이다. 학교 성적이 우수하면 유년기를 잘 보낸 것이고 성적이 나쁘면 낙오자인 것처럼 생각하며 교육에만 최고의 가치를 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입식 교육이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경쟁에서 밀려나기 싫어 억지로 시스템에 편입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선 대안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답답했다.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비판하며 만든 새로운 입시제도는 부자들의 자녀들의 입학을 위한 편법인 경우가 많다. 책에서 문제 삼는 교육시스템은 기업에서 부리기 편한 인재를 뽑기 위한 제도라면, 새로 고안한 방법은 지배층의 권력 대물림을 위한 것이다. 돈보다 인간을 중시하도록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교육제도만 바꾸어선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챕터 뒷부분에 나오는 안드레 부부의 이야기는 아들 안토닌이 한 돌이 약간 지났을 때부터 1년 반 정도 양육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들 부부가 아이를 기르는 모습은 내 생각보다 훨씬 참신했다. 억지로 교육시키지 않는다고 방임하는 것이 아니었다. 항상 아이와 함께하며 기다려주고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통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것 이상이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만 보라고 해도 그렇게 세심하게 하기 힘들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아이와 함께 일하면서도 보낼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환경이 부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잘못된 교육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유아 시절은 남들과 달리 보낸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가지고 살려면 성인이 되어서는 결국 교육 시스템에 편입될 수 밖에 없다. 경직된 환경에서 아이의 창의력을 최대한 살려주려면 아이를 학교 등수로만 평가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날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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