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죽음 -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존엄함을 잃지 않는 품격이 있는 죽음을 위하여!
나가오 카즈히로 지음, 유은정 옮김 / 한문화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삶의 마지막에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도 중요하다. 요즘에는 상조 보험에 가입하기도 하고 학교 수업 시간에 유언 쓰기를 하는 등 예전보다는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여전히 죽음은 막연하고 먼 것이며, 장례식 외에는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독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말기암 환자인데도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말기암의 경우 항암 치료가 수명을 늘린다는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말기암에도 항암 치료를 많이 한다. 우리나라 의료 보험이 행위별 수가제라서 그렇기도 하고, 매스컴의 영향으로 의학이 신성시되는 최근 분위기가 한 몫 해서, 이런 과도한 치료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 같다. 


치료 과정의 고통에 시달리다 나중에는 의식마저 점점 희미해져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내가 보호자라면 저렇게 보내지 않았을텐데... 무의미한 치료로 얼마 안 남은 인생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만약 나에게 그런 순간이 온다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이 책은 재택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의사가 인간다운 죽음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의 연명치료 때문에 인간답지 못한 삶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도, 집에서 또는 요양 기관에서 인간다운 존엄성을 유지한 채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의료서비스가 없지만, 일본은 재택의료 제도가 정착되어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채 집에서 통증 조절과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을 왕진하며 돌보는 일을 주로 한다. 그동안 1000여명의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얻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평온한 죽음은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이 책에서 서술한다. 중간 중간 다양한 사례가 있어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비해야할 지 생각할 수 있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병원 의존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이 책의 내용에 공감 가는 점이 많았다. 다만 일본에는 재택의료 시스템이 있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집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요양 병원이 많이 생겼지만, 호스피스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드물고 연명치료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연명치료는 기본조치 중 하나일 뿐이다. 환자의 남은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연명치료이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이므로 형식상 동의만 받으면 시행한다. 그리고 환자나 보호자들도 이런 치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에 대해 알지 못 하고 환자는 얼마 남지 않은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시간일지라도 삶의 길이를 연장시키는데 더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치료가 생명 연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은 또 다른 논쟁거리이다. 생명연장에 의의를 두는 사람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존엄성을 유지하고 싶다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책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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