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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갑자기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 혼자만 10년 전의 행복한 시절로 돌아가 있고, 모든 게 변했다면 어떨까?
이 책은 주인공인 앨리스가 체육관에서 머리를 부딪히면서 10년간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니 첫째 아이를 임신한 가장 행복한 시절로 돌아가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해 있고, 앨리스는 당혹스러워 한다. 전엔 상상도 못 했던 비싼 옷, 날씬한 몸매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토록 사랑하는 남편과 이혼소송중이었다. 자신이 낳았다는 세 아이는 기억도 나지 않고, 언제나 믿고 따르던 친언니 엘리자베스와도 사이가 소원해져 있다.
이 책은 기억을 잃은 앨리스가 현실에 적응해가며 가족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어긋나고 소중한 것들이 떠나가는 시기에 다시 행복한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기억만 과거로 돌아간 것이지만, 그때의 심정으로 현실을 바로 잡아간다는 점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소설 중간 중간 앨리스의 언니인 엘리자베스가 정신과 의사에게 제출하는 편지, 할머니가 블로그에 쓴 글 등이 나와서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3인칭 작가 시점이지만 다른 인물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도 전달하는 것이다.
단점은 책 앞부분에 앨리스가 기억을 잃어버리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는 부분에서 서술이 장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의 의식이 혼란스러우니 그걸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혼란스럽게 서술을 한 것이겠지만 그런 부분이 좀 긴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후, '10년이 지난 후 나는 어떤 모습이고 지금의 모습을 어떤 기억으로 간직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가 과거로 돌아갔을 때와 현재의 나는 인생에서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나도 10년 후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게 되진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앨리스처럼 기억을 잃으면서 삶을 다시 바로 잡는 경우는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기억상실이 터닝포인트가 될 순 있지만, 중요한 건 앨리스 자신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앨리스가 진짜 잃어버렸던 건 기억상실로 인해 지워진 기억이 아니라 그 이전에 잊고 살던 행복했던 추억들 아닐까. 살아가면서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다 일어날 수 있지만, 결국 어떤 감정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건 자기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