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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구절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도종환 선생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분이라 그런지 작품 중 익숙한 시들이 많다.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어 학창 시절 배운 것도 있지만, 그보단 시 자체에 매료되어 자발적으로 읽거나 들은 기억이 더 많은 것 같다. '접시꽃 당신'을 읽고 눈물을 쏟은 아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처럼 도종환 시인님의 작품은 마음을 파고들고 아리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이 시집은 도종환 시인님이 30년 동안 써온 시들 중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직접 골라 엮은 책이다. '접시꽃 당신'은 수록되어있진 않지만, 다른 좋은 시들이 많다. 송필용 화백의 그림과 같이 엮은 시화선집이라, 그림과 시가 잘 어울어진다.
시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학창 시절 한 구절씩 분석하여 상징성이나 의미를 분석해 공부한 기억 뿐인데, 이 시집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고 누구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집 전반에서 그리움과 희망이 느껴진다. 그리움과 희망을 자연에 빗대어 표현한 시들이 많은데, 그림까지 더해지니 자연과 정서가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하드커버라서 오랫동안 두고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다른 시들도 좋았지만, 나는 특히 '오월 편지'라는 시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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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떠나 보내고 해마다 찔레꽃이 필 5월이 되면 생각난다는 내용이다. 5월은 광주민주화항쟁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분이 돌아가셔서 가슴 시린달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듯, 나에게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이 책의 초판은 시 제목인 <흔들리며 피는 꽃>이었는데, 이번 개정판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로 바뀌었다. 살다 보면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참으로 마음의 위로가 되는 구절이다. 깜깜한 밤 같은 현실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수록된 그림이 참 아름답고 색감도 고운데, 내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그 색감을 담지 못해 아쉽다.
도종환 시인님은 요즘 국회의원으로서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반대에도 앞장서시는 등 교육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것 같다. 글로만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는 분이라 우리 마음에 와닿는 시를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