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 지친 영혼을 위한 여유로운 삶
피에르 쌍소 지음, 강주헌 옮김 / 공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만큼 빠름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을까?  원하는 정보는 스마트폰으로 몇 분 이내 검색이 가능하며, 배가고파 패스트푸드 점에 가면 주문과 동시에 먹을 거리를 받을 수 있다. 지하철은 시간표대로 움직이며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더 많이 더 빨리 일을 할수록 인정받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굼뜨고 게으른 사람 취급을 받는다.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빠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멀리 프랑스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이렇듯 시간의 채찍질 속에 지쳐가는 사람이 많고 요즘은 조금 다른 삶, 느린 삶을 꿈꾸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근무시간 줄이기, 여행, 귀촌 등 저마다 선택이 있겠지만, 책은 일상생활에서 여유를 가지는 방법을 소개한다. 한가롭게 거닐고 경청하고 글을 쓰는 등 어찌보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작가 나름대로 의미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가로이 걷기는 공원 산책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도시에서 주위에 너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느긋하게 걷는 것도 된다. 그렇게 걷다보면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토론을 하며 걷던 일도 생각나고 좋아하는 소설의 주인공이 떠오르기도 한다. 저자가 산책에서 느낀 점, 예전에 거리를 거닐던 모습, 도시의 풍경 등 한가로이 걷기와 관계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적처럼 느리게 사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고 명확히 정의하지 않는다. 보통의 에세이처럼 한 가지 일화를 주제로 삼은 것도 아니다. 소제목에 맞은 여러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저자가 철학자라서 그런지 흔히 읽던 담백한 에세이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세세하게 전달하려는 것 같다.

이 책이 처음 나올 당시인 15년 전쯤에는 이런 내용들이 아마 지금보다 더 신선한 충격이었을지 않나 싶다. 그리고 재번역되어 나온 지금,  세상은 더 빠르게 돌아가고, 느리게 사는 삶은 또 다른 트렌드 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되고,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한다.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을 때, 이책은 작은 마음의 휴식을 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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