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13
헨리크 입센 지음, 신승미 옮김 / 별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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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시초라 불리는 헨릭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이다.

다른 유명한 고전 희곡 <햄릿>, <파우스트>처럼 희곡의 형식을 갖춘 점은 유사하지만, <인형의 집>은 주인공 노라의 집이 주요 무대 배경이며, 등장 인물수도 적다.

내용도 짧고 글도 쉽게 술술 읽히는 편이라 빨리 읽을 수 있다.


별글 클래식의 <인형의 집>은 예쁜 파란 표지에 깔끔한 디자인이다. 

책 표지처럼 본문 또한 꼭 필요한 부분만 담고 있다. 타출판사처럼 책에 대한 설명이나 비평 없이 오로지 작품만 싣고 있다.

속지는 그리 얅지 않고 글씨 크기도 적당해 읽기 편하다.





형편이 넉넉치 않은 변호사 토르발 헬메르가 새해에 은행장으로 취임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연말에 갈등을 빚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결혼 8년차인 토르발, 노라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노라에겐 말 못할 비밀이 있다. 토르발의 건강이 악화됐을 당시, 남편 몰래 거액의 돈을 빌린 것이다. 그런데 토르발은 그 사실을 모른채, 돈을 빌려준 당사자를 은행에서 해고하려하고, 이 책의 말미에 결국 토르발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노라와 토르발은 다투며, 돈 문제는 해결됐지만, 노라를 남편에 실망하며 집을 나간다.


이 책에서 토르발은 내내 노라를 작은 새, 다람쥐 등으로 부르며 사랑을 표현하고, 아무 생각 없이 예쁘게 있기를 강요한다. 8년차 부부에 자녀가 3명이나 있는데도 부인을 사랑스러운 아이, 다람쥐 같은 호칭으로 부르는 경우는 드문데, 토르발이 노라에게 늘 사랑을 표현하며 그런 호칭으로 불러 의아했는데, 책을 끝까지 읽으면 아마 토르발이 노라를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여겨 그랬던 것 같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노라의 내적 갈등이 나오는데, 돈을 빌린 사실을 토르발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부분이 많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자아에 대해 고뇌하는 부분이 많은까 생각했는데 그런 것보단 돈을 빌린 것을 들길까 걱정하는 평범한 인간인 노라의 모습이 많았다.

노라에 대해 끝없이 비난하던 토르발은 돈 문제가 해결되자 언제 그랬냐는듯 노라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길 원했지만, 노라는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혼을 선언했다. 하지만 만약 토르발이 노라를 사랑으로 품어주었다면 노라는 계속 토르발의 인형으로 살지 않았을까? 토르발의 사랑이 위선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노라는 집을 나간 것이다. 노라는 토르발에게 저항했지만, 이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타인에 의해 촉발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라가 토르발을 위하여 돈을 빌리긴 했지만, 어쨌든 토르발 몰래 서명까지 위조하여 돈을 빌렸으니 노라에게도 큰 잘못이 있는데, 좀 극단적인 반응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나 절충안 없이 집을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결론도 파격적인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인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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