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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소피 - 녹색 아고라를 위한 인문학
신승철 지음 / 솔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해 한 문장으로 내 소감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들뢰즈·가타리의 생성철학에 대한 이해를 원하는 고등학생부터 일반 직장인들까지 넓은 대상들이 함께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는 방대하나 섬세하고 친절한 안내서이자 개념잡기의 지도"라고 말하고 싶다.
에코소피는 일단 그 다루고 있는 분야에 있어서만도 방대하다. 그래서 맨처음 책을접하고 책의 목차를 읽는 순간 사실 근대철학자들 이후로 이렇게 다양하고 방대한 부분을 다루는 책을 쓰면서 제대로 책을 펴낸 저자나 이론가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이러한 방대한 분야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채곳개에 나오는 "철학, 사회, 정치, 미디어, 과학, 환경, 경제 등 각 분야에 걸쳐 현대의 철학 지도에 영향을 준 28명의 사람들을 다룬다. 그들의 실천적 행위들, 삶과 죽음이 21세기 사회환경에 던지는 28개의 질문들에 답을 해가며, 이 시대의 철학적 근간을 찾아보는 작업을 시도한다."과 같은 형식적인 소개의 내용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의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하나의 중심적인 지향성(생성의 철학)이 단순히 학문의 외피를 쓰고 분과학문의 틀에 얽매여 도그마화되는 그런 수준으로 서술되지 않고, 마치 한 권의 독후감을 읽는 것처럼, 그리고 한 사람에 대한 개인적 소감의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마치 어렸을 적에 교과서에 언급된 위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위인전을 읽으며 다시 한번 알아보았던 그런 경험,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홀로 배낭여행하던 길손을 만나 잠잘 곳과 먹을 것과 다음 행선지를 가기위한 가장 빠르고 편안하거나 아니면 좀더 많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쉬운 길이 어떤지를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해주시는 시골동네 아저씨의 훈훈한 수다와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깊이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마도 독자에게 남은 과제가 될 것이다. 다루고 있는 분야가 방대한 만큼 그 서술이 직관적이고 지나치게 간단한 명제식으로 제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피노자가 정말 그러한 지향점을 가졌던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저자와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맞대응을 하고 논쟁을 벌이고 싶다면 단지 이 책에서 기술된 표현, 해석 등의 텍스트에 고정되어 벌이지말고 직접 스피노자를 읽어보고 분석해보고 그리고나서 한번 논쟁을 벌여보자.
분명 저자는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써나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책에서 언급된 사건들, 인물들에 대한 좀더 깊은 고찰과 연구를 유도하기 위한 것! 그게 저자가 이 책을 을 쓴 목적이리라. 그렇다고 내용에 있어 문제가 많다거나 깊이가 없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문학계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들 중에서 모처럼 만난 친절한 저자(글쓰는 방식이 무척이나 친절하므로 난 이렇게 부르고 싶다.)를 대하면서 그의 책을 읽을 때는 그가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그 메세지를 제대로 이해하며 그 메세지를 잘 소화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뿐이다.
그리고 저자가 이전에 내놓았던 "대안민국 욕망공화국"과 비교하여 한층 성숙되고 그 연구와 노력이 절실히 느껴짐을 알 수 있었다. 모처럼 이번 저작을 기점으로 앞으로 저자가 더 좋은 책들을 많이 발간하여 한국의 모든 이론가들 및 논편가들, 연구자들이 친절한 글쓰기를 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