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허블 / 2020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찾아서 읽은 것이 아니라 추천을 받아서 읽은 것이었다. 추천해 준 사람도 나에게 그냥 재미있다고 했지 특별한 설명은 해주지 않아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었다.

  e북으로는 처음 읽어보는 소설책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넘어가지 않았다. 장르가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읽었던 내 탓도 있겠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이 책을 구매했던 것을 잊고 있던 도중, 크레마 사운드를 구입하게 되었다. 내가 전에 구매해 놓은 e북이 이 책, 단 한권 뿐이었으므로 한 번 읽어보자 하고 폈는데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읽지 않는 순간에도 뒤에 어떤 내용이 있을까 하며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이 책의 매력은 여지껏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만들어낸 '창의력', 과학적 지식이 뒷받침되어 탄탄하게 구성된 '근거', '한국의 정서에 맞는 SF',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님의 능력인 것 같다. (쓰다보니 매력이 참 많은 듯ㅎㅎ)

  그저 과학적 공상만 가득한 SF 소설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금방 잊었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모든 단편소설은 지금 이 사회의 소수자들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방법으로,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는 풀린다. 특히 단어 선택에서 '작가님은 정말 많은 배려를 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항상 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 봐야하는 부분은 문화지체와 그에 따른 아노미 현상이다. 지금 또한 발전하는 과학 지식과 윤리의식 간의 간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20세기의 사람들이 지금의 미래를 엄청나게 바뀐 모습으로 생각했지만,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은 것과 같이 (물론 엄청난 과학적인 진보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미루다 보면 미래의 우리 또한 발전하지 못하고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여튼, 이 장르는 미래사회에 다가올 문제를 한 발짝 앞서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시간이 흘러 작가님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나는 그것에 대해 미리 알고있었다는 짜릿함을 나에게 선사하는 것 같다.




  모든 단편이 신비롭고 아름다웠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스펙트럼이 기억에 남았다. 스펙트럼은 우연히 색체 언어를 사용하는 외계종족과 함께 생활하게 된 지구인 희진과 외계인 루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다름'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드는 단편이었다. 다음은 스펙트럼 중 인상적인 구절이다.


지구에 돌아온 이후로 할머니는 여생을 색채 언어의 해석에만 몰두했다. 내용의 대부분은 그렇게 까지 시간을 들여가며 알아낼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평범한 관찰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 중 잊히지 않는 한 문장 만큼은 지금도 떠오른다.

...(중략)...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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