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우울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이나미.이영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펭귄의 우울.. 제목처럼 내용이 우울하다. 죽음이 많으니까. 모든 죽음이 다 우울하고 슬프지는 않지만 이 책에 나온 죽음은 흔히 말하는 호상은 없다. 등장인물이 많이 죽으면 스릴러나 추리소설 또는 무협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니다. 흘러가는 분위기는 스릴러 장르 느낌이 나지만 개인적으로 긴장감이 많이 안 느껴져서 스릴러 장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주인공 빅토르는 가까운 주변 인물의 죽음에도 큰마음의 동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죽음 때문에 우울한 게 아니라 이러한 주인공의 무기력한 태도 때문에 우울하다. 사실 책을 펴기 전에는 제목에 우울이 들어가긴 하지만 책표지에 귀여운 욕조에 펭귄과 총을 든 신사가 익살스럽게 그려져 제목과 반대로 유쾌한 내용일 줄 알았다.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펭귄의 우울. 작가도 제목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절판됐으니까. 나도 그래서 알라딘 중고로 샀다. 물론 나는 절판되지 않은 책도 중고서점에서 산다. 가난한 취준생이니까. 여기서 나의 책에 대한 소유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지 않고 중고 책이라도 사니.. 어쨌든 찾는 사람도 많이 없어 절판된 책을 굳이 중고 책을 구해 읽은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보는 유튜브 채널 '책이다'에서 추천해줬기 때문이다. 소설책은 주로 고전문학을 읽어왔기 때문에 항상 유명한 작가의 옛날 소설 범위로만 독서를 한다는 틀에 갇힌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절판돼서 희소가치 있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현대 소설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책을 구매하였고 사놨던 많은 책을 뒤로하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의 큰 줄기는 스릴러 소설과 비슷하여 이야기가 긴장감 넘치게 진행될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스토리를 짧게 소개하자면 빅토르는 펭귄과 함께 산다. 작가인 빅토르는 단편소설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신문에 짜투리 글을 써주며 생활하고 있는 가난한 작가이다. 그가 일거리를 찾던 와중에 수도뉴스라는 곳에서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의 금액을 받는 조건으로 조문을 쓰는 제안을 받는다. 그런데 조문은 죽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 '십자가'라는 카드 목록에 적힌 살아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나는 책의 앞부분을 읽고 이야기가 굉장히 스펙타클하게 전개되겠구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풍선 바람빠지듯이 금방 달아났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과의 관계가 너무 개연성없이 맺어진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펭귄아닌 미샤는 빅토르가 하는 일이 굉장히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편집장한테 듣고 조문을 써달라고 찾아왔고 그 뒤로 급친해져 자신의 딸을 맡긴다. 그 뒤 펭귄아닌 미샤는 죽고 딸 소냐는 빅토르와 살게 된다. 경찰 세르게이와는 빅토르가 출장때문에 집을 비워야할 때 펭귄한테 밥을 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 뒤로 친해져 새해도 같이 보내고 소냐의 돌봐줄 사람으로 자신의 조카를 소개해준다. 조카 니나는 나중에 빅토르와 연인 비스무리하게 되면서 빅토르 집에서 산다.

전혀 얼마전까지 일면식도 없던 펭귄아닌 미샤의 딸을 맡게 된 것, 얼마전까지 일면식도 없던 세르게이와 새해를 같이 보낸 것, 일면식도 없던 비드빨르이의 자비로 장례를 치뤄주는게 빅토르가 무던한 성격이라 그래도 친해지는 과정이 너무 설명이 부족하여 몰입도가 떨어졌다. 사실 경찰과 세르게이가 빅토르의 부탁을 너무 흔쾌히 들어줄때부터 아! 이 책은 서사위주로 읽으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집중한 것은 죽음이다. 이 소설에서는 나름 비중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인물들이 죽는다. 주인공 빅토르는 조문을 쓴 뒤로 주변 인물이든 자신이 조문으로 쓴 인물이든 간에 그들의 죽음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토르는 자신의 일상을 무덤덤하게 이어간다 주변사람의 죽음, 자신이 조문을 쓴 사람의 죽음이 아무런 영향을 안주듯이.

사실 책의 주제를 명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등장인물의 죽음때문에 그런지 읽는 동안 죽음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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