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애의 기억'은 전자책으로 읽은 책 중 3번째 책이고 소설로는 첫번째 책이다.  전자책 단말기-크레마 그랑데를 큰맘먹고 샀지만 별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크레마를 샀던 가장 큰 이유가 자기 전에 불 꺼놓고 책을 읽다가 자고 싶어서였다. 매일 책을 읽다 잠이 올 때쯤 일어나서 불을 끄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잠이 깨는 행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전에 책을 별로 안보게 되었고(이 놈의 유튜브 때문에..누굴 탓하랴..) 잘 때 외에는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에 전자책을 읽을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유유출판사에서 싸게 묶음으로 대여한 것 중 하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이렇게 두권을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는 다 읽고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 종이책을 샀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자책을 좀 더 사기 시작했다. 신간이라 중고서점에는 없는 책 중 읽고는 싶고 그러기에는 종이책 새것으로 소장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책들을 샀다. '2019트렌드코리아'와 '연애의 기억'이 그런 책이다.

 '연애의 기억'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재밌게 읽어서 약간의 기대를 하고 샀다. '연애의 기억'이라는 제목과 내가 읽었던 작가의 '예감이 틀리지 않는다'로 유추한 내용은 찌질한 사랑이야기였다. 불같은 사랑을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유치하고 비겁한 그런 보통사람의 사랑이야기를 예상했고 기대했다. 비슷한 책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되겠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 흐름은 아니었다. 그리고 제목도 원제는 The only story, 우리말로 하면 단 하나의 이야기였다. 연애의 기억도 책 내용을 보면 적합한 제목 일수도 있겠으나 굳이 제목을 바꾼 이유는 상업적인 이유가 큰 것 같다. '연애의 기억' 누가봐도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할만한 제목이다. 하지만 나는 '예감은 틀리자 않는다'와 마찬가지로 제목을 바꾼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작가가 지은 제목을 바꿨어야 하는 생각도 들고 제목은 책을 읽어나가야 할 방향을 어렴풋이 내포하는데 전혀 다른 제목으로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대로 책을 읽어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그리고 '연애의 기억'이라는 제목, The only story보다 너무 노골적이고 상업적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눠져있다.1부는 1인칭시점의 폴과 수전이 빌리지에서의 만남과 사랑, 2부는 2인칭 시점의 폴과 수전의 헨리로드 생활, 3부는 3인칭 시점에서 폴과 수전의 헤어짐 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1부에서 2부로, 2부에서 3부로 갈수록 시점이 점점 폴에게서 멀어져 객관화된 것 같지만, 결국 폴의 시점이기 때문에 폴의 시선 이외의 이야기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수전의 입장에서는 둘의 사랑은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재밌기도 하면서 답답하기도 하다.

1부에서의 수전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비록 나이는 폴의 어머니뻘정도 될 정도로 많지만 테니스 잘치는 모습의 건강미를 느낄 수 있고 폴과의 대화에서 성숙미, 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헨리로드에서 지낼 자금을 가지고 폴과 도주를 하는 것을 보면 폴을 단순히 장난감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2부에서는 수전은 그냥 애물단지이다. 기억나는 것은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 밖에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폴이 떠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폴은 수전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수전이 죽을 때까지 애틋하게 생각하진 않더라도 만나고 연민을 느낀다. 나는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리 같이 살았던 사람이였어도 사랑이 식었는데 계속 왜 찾아가는 걸까?

이 책은 철저히 폴의 시점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폴의 시선으로 사랑, 수전을 이해한다. 둘이 불 같이 사랑할 때는 수전은 나이많은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지만, 폴이 수전에 대한 사랑이 식은 뒤에는 수전은 알코올중독자일 뿐이었다. 이것도 폴이 사랑이 식어서 수전이 그렇게 보였는지, 정말 수전이 사랑이 식을 만큼 골칫덩어리인지 알 수가 없다. 작가가 이런 걸 보여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불같은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다 식기 시작할 때는 단점만 보이는 것. 누구나 겪어봤을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사랑이 이렇다 정의하지 않는다. 사랑은 결코 정의로 포착할 수 없고 오로지 딱 이야기로만 포착할 수 있기때문에 우리에게 폴과 수전의 이야기를 들려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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