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끊지 말아줄래?
최정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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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을 집어든 데에는 제목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내 말허리를 끊고 내 말은 맛있게들 잡수신 다음 제 할 말을 늘어놓는 주변인들에게 늘상 외치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말 좀 끊지 말아줄래?"

그러나 타고 난 소심한 성격 탓에, 뭐라 한 마디 말도 못 하고 나 또한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영혼 없는 대답을 하는, 소심한 복수를 하는 데에 그치곤 했다.

그래서, 답답한 속을 대변하여 속시원히 외쳐주는 듯한 제목이 솔직히 좀 멋있어 보였다.


책 속은, 정말이지 끊이지 않는 말, 말, 말의 향연이었다. 책에 말이 안 나오는 것이 더 이상하지만, 이 책은 읽으며 감히 말을 끊을 엄두가 생기지도 않았다.

물론, 끊을 기회가 생긴다 해도 끊고 싶지 않기도 했다. 남들 말 하는 것 듣는 게(혹은 읽는 게) 이렇게 재미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특히, 표제작이기도 한 『말 좀 끊지 말아줄래?』는 아무말 대잔치 구경에 책장 넘어가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무의식적으로 책장을 넘기다, '어, 뭐야. 벌써 끝났어?'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책은 우리네 대화의 장면과 많이 닮았다. 솔직히 우리도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 때,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유용한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으려지는 않지 않은가. 처음 시작했던 주제와 헤어질 때 입에 담던 내용이 같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이 주제로 시작했다가, 조금 연관되었지만 많이 다른 저 주제로 넘어가고, 그러다 자연스레 삼천포로 빠지는 대화는 옆에서 보면 정신없을 수도 있으나, 솔직히 재미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렇다.


그래, 솔직히 책 내용은 처음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다. 나와 같이, 늘상 말허리를 잘려도 참고 살던 사람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사이다를 날리는 내용을 상상했으나 그런 것과는 손톱만큼도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온통 말로 점철된 채 어느 순간 독자를 경쾌하며 재미있는 말의 리듬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이 책의 매력은, 내가 읽기 전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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