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실망했다. 90년대에 나온 혁신적인 소설이라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작가의 문장력도 좋고 유려하다.표현은 옛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었다그런데 줄거리가 산으로 간다주인공의 캐릭터는 파격적이고 좋았다그런데 남자 배우를 납치한다? 그런데 그 남자 배우가 가부장적인 사람이 아니라 가정적인 사람이다? 심지어 그 아이까지 납치한다? 이 여자는 대체 무엇인가? 그녀는 그냥 납치범이다!!가부장적인 사회를 비판하려고 했다면납치한 사람이 가부장적인 남자여야 한다.그런데 이런, 그 배우는 너무 완벽하다심지어 남배우랑 사랑에 빠져 눈치까지 본다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즉 이건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다.이걸 페미니즘으로 읽었다면 완전한 오독이다.작가의 말을 보니 성별에 의한 이분법적인 사회가 아닌 "조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하던데그러면 여주인공은 왜 남자 부하직원한테 죽은 건가?그게 사회의 "조화"인가?조화를 바랐다면, 가부장적인 남자를 납치하고 정신 교육을 시키던 중 자신도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봤다는 걸 깨닫고사회에 녹아들며, 납치가 아닌 합법적인 수준의 성평등 운동을 하는 쪽으로 갔어야 한다.결국 이건 페미니즘의 승리도 아니고성별 무관의 조화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그냥 좀 파격적인 여자가 납치라는 도구를 통해유부남이란 연애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