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하여
시몬 비젠탈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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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는 한국어 초판본으로 2005년에 발간된 책이나 당시 2부 심포지엄에 빠져있던 글들까지 완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끔찍했던 세계2차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저자가 죽음을 앞둔 한 독일인 장교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던지는 마지막 질문,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면서 전쟁에서 희생된 유대인 학살에 대한 문제를 각자의 삶에서 '용서'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들여다 보게 됩니다.

책의 첫 느낌은 아주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그만큼 이 주제가 깊이감 있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표지 디자인에 눈길이 갑니다. 단단하고도 굵직한 면들이 반복적으로 놓여진 이 사진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주제의 무게감을 설명하는 것 외에 다른 뜻이 있을 것 같아 검색해 보았습니다. 표지 설명은 간단히 '유럽의 학살된 유대인을 위한 기념비' 한 줄로 설명되어있어 궁금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독일 홀로코스트 기념비'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유대인들로 추모하기 위한 공원으로 조성된 유대인학살추모공원이라고 합니다. 표지로 보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네요. 높이가 다르게 빼곡히 2,711개의 콘크리트 회색 비석으로 세워져있습니다. 숨막히는 광경을 연출한다니 당시 유대인들의 공포가 전해질듯해요. 하지만 이렇게 추모공원으로 비극적인 역사를 모두가 기억하도록 조성해 놓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비석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한 모습이 슬프지만 지나온 역사는 언제나 가까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듯 해요.

이런 생각과 비슷하게 저는 이 책을 '기억'에 초첨을 맞추며 읽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많은 사람들을 곤란케한(생각으로)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나라도 아픈 역사-용서하기 힘든 일본과의 관계-가 있지만 전쟁과 민주화운동의 세대가 저물어가면서 그 사실이(아픈) 중요해지지 않아지는 잊혀짐의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개인적인 생각에 모두가 역사를 더 깊이 공부하고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요즘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기억으로 이끄는 이 책을 기록한 저자에게 감사합니다. 1부 해바라기에서 저자의 힘들었던 경험담에서 나치 장교의 죽음을 앞둔 고백앞에 그순간 나는 저자처럼 침묵을 지키기도 힘들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부에는 그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많은 종교, 언론, 교육인을 통해 볼 수 있는데 용서할 수도 있고 없고, 또 그러한 문제를 떠나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다양한 시각들을 들어볼 수 있어 가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질문과 토론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생겨나고 그 이야기들로 역사는 더욱 또렷이 기억되겠죠-

 

"자네가 그 SS대원을 만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혹시 자네가 정말 그를 용서 했을까 봐 걱정했다네. 왜냐하면 그 많은 희생자들이 우리를 위임하지 않은 이상, 자네로서는 그를 용서해 줄 권리가 없기 때문이지. 누군가가 자네에게 저지른 짓에 관한 한, 자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용서하고 잊어버려도 되지.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말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자네의 양심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오히려 끔찍한 죄가 될 수 있을 거야." _109 요제크

어느 현자는 유대인이야말로 '지상의 소금'이라고 했다. 하지만 폴란드인은 자기네 땅에 소금이 너무 많이 뿌려져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폴란드인과 함께 살았고, 그들과 함께 자라났으며, 그들과 함께 학교에 다녔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에게 언제나 이방이었을 뿐이다. _116

일단 우리가 이 수용소에서 살아남고-솔직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이 세상이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사람들이 서로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게 된 다음이라면, 그 용서니 뭐니 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할 시간은 충분히 있을 거야. _124 아르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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