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특별판)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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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품절 사태까지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파친코」를 읽거나 OTT로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전까지 강제징용이나 유학을 위해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이 있다고는 알았어도, 그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계 주민들인 자이니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은 「파친코」를 읽고 나서였다.

특히 소설 속에서 이민 1세대와 1.5세대, 2세대 간의 차이도 흥미로웠다.

그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서야 「작은 땅의 야수들」을 알게 되었다.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한 리뷰를 보면 나처럼 「파친코」를 본 후에 읽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의 작품이며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의 이야기를 주인공들의 생애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공통점이지만

서로 다른 등장 인물들간의 서사가 더 짜임새 있게 이어지면서 큰 울타리 안에 들어간다고 느껴지는 것은 「작은 땅의 야수들」이 더 강했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역사가 스포다'라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이 1917년부터 1965년까지로 일제 강점기와 현대로 이어져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단박에 알아차리게 되지만 읽는 내내 상상되는 것만으로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재밌겠다 싶었다.

(글로벌 OTT 영상화 예정이라고 해서 벌써부터 기대중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리커버 특별판 표지와 산줄기를 표현한 띠지(맞는 표현인가?)로 표현된 책 표지는

첫 장부터 펼쳐지는 이야기와 딱 어울리게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표지만 봐도 깊은 산 속에서 큰 덩치의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며 내 앞을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바로 첫 장부터 눈으로 뒤덮인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사냥꾼 남경수로 시작하면서 강한 몰입을 이끌어낸다.

책 표지 덕분인지 첫 장에 등장하는 사냥꾼 남경수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눈으로 뒤덮인 겨울산에서 쓰러지다 일본군에 발견된 남경수와 그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은제 담뱃갑을 준 일본군 소령 겐조.

이 은제 담뱃갑은 남경수의 아들 남정호로 이어져 목숨을 살리기도, 죽게 하기도 한다.

'네 아버지에게 이걸 준 사람이 바로 나다...'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던 것이 생생하다.

K-장녀 마인드라기 보다는 원치않는 결혼이 아닌 기생의 길을 택한 옥희와 남정호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이 소설은

여러 날 나눠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금세 몰입되는 힘이 있었다.

책을 나눠 읽게 될 경우엔 꼭 이 전에 읽던 몇 장이라도 다시 읽으면서 몰입하려고 하는 나로서는

상황을 묘사하려고 애쓰는, 미사여구가 많은 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쉽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에필로그에서는 어린시절 단이이모 집에서 하인 해순에게 졸라 듣던 제주로 가는 옥희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의 전복 안에서 발견하는 진주를 보며 정호가 자신을 돌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옥희.

말캉한 살 속에 감춰진 딱딱한 진주야말로 옥희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마지막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중략)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그 어떤 것에 대한 소망도 동경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침내 바다와 하나였다."

처음에는 정호한테 시선이 갔다가 점점 읽으면서 옥희에 더 마음이 갔지만,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후기들을 보니

재독 삼독 할수록 더더욱 다양한 인물들에 마음이 간다고 해서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한다.

역동적인 시대에 살아가는 여러가지 색깔의 사람들을 보게 된 것 같아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추천!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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