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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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일러스트가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어릴 때 본 상가 건물 1층 피아노학원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다시 본 표지에서 그제서야 발견했다. Coffee, tea, juice. 이게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말인가 싶게, 알아차리고 나선 아무리 봐도 피아노 학원이 아니라 카페로 보이는게 우습다.

얇은 책 띠지에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하고 싶다는 글이 써있길래

이 할머니가 <달빛>을 읽어나가는 글인가 싶어 유튜브 뮤직을 틀었다.

집에서 책 읽을 땐 음악을 잘 듣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의 마지막쯤엔 <달빛>이 나올 것만 같아서였다.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할머니는 아주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운 경험이 있다.

내 또래의 아이들 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어렸을 땐 피아노 건반 좀 뚱땅거렸던 것 같지만, 지금은 악보 하나도 제대로 못 읽는 바보가 되었다. 아마도 이 할머니도 그랬었나보다.

'언젠가는 치겠지, 그래도 치던 가락이 있는데 마음 잡고 하면 하나도 못하겠어?'하는 말도 안되는 자만심을 부리는 나와는 다르게

할머니는 피아노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며 연습을 열심히 한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의지처럼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기도 하고, 손가락이 아파 병원을 찾게 되는 일도 있지만

피아니스트 선생님의 너그럽고 자유로운 코칭(때로는 정신차리게 만드는 코칭)을 받으며 점차 진도가 나가게 된다.

처음 나오는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이나 '프롤로그'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이 책은 드라마처럼 어떤 할머니가 어릴 적 꿈이었던 피아노를 배우면서 교향악단과 협연을 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으면서 '나는 이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자꾸 들게 한다.

잘 하고 싶어하는 의지야 나이불문이라 하더라도 몸이 아프게 되고 생각만큼 손이 잘 움직이지 않으면 '나이'를 핑계삼아 더 자신과 타협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끊임없는 노력과 배움의 즐거움으로 성장해가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도 더 배우고 싶어지는 의지가 생기고만다.

이 할머니는 책을 통해 정말로 같이 피아노 치는 할머니 무리를 만들 생각인지

책 사이사이에 'Tip'을 제공하고 있다.

어른이 다시 피아노를 배울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도하는 선생님이 어떤 점이 좋은지, 연습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심지어 악보 확대 복사까지 다양하고 현실적인 Tip을 알려주고 있다. 정말 이 방법대로라면 피아노와 멀리했던 어른들도 피아노 악보를 다시 쥘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엔 작가의 도전 곡 리스트와 좋아하는 음반을 설명하고 있는데

'할머니의 피아노 도전기'에서 '나의 피아노 일기'로 다시 보게 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피아노를 통해 얻은 할머니의 삶에 대한 통찰과 마음 가짐은

같은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내가 이 나이에 배워서 뭐해'라는 생각을 달리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역시 배움은 끝이 없고, 평생 교육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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