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인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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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어느 날 거인의 이를 손에 넣게 됩니다. 탐구열이 높고 호기심이 많은 지리학자이자, 탐험가인 그는 거인의 이를 연구하던 중 거인족의 나라의 지도를 발견하게 되고 바로 거인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지요.

험난하고 기나긴 여행 끝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 순간, 주인공은 드디어 운명적으로 거인들을 만납니다.

책에서 보여주는 거인들은 제가 가지고 있던 거인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어요.

그들은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밤새 별들을 노래하고, 그들의 몸에 새겨진 환상적인 미로는 나무, 식물, 동물, , , 대양 등 대지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피부는 살랑거리는 미풍에도 떨렸고, 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빛났으며, 호수의 표면처럼 일렁이다가, 폭풍 속 대양처럼 장엄하고 어두운 색조를 띠기도 했습니다.

거인들은 언어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몸과 행동으로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고 노래하면서 완벽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거인이지 않나요?!

또 한 가지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주인공과 거인이 나눈 교감과 우정이었습니다.

주인공이 거의 죽을 뻔했을 때 거인들은 정성스럽게 주인공을 돌봐주었어요. 사랑스럽게 대하고 마음을 열고 주인공에게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나눠주는 거인들의 모습은 저의 마음에도 사랑을 가득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주인공과 거인들은 10개월의 시간을 함께하고, 아쉽고 슬픈 작별을 했어요.

 

돌아온 루스모어는 자신의 탐험을 책으로 펴냈고, 학문적 성과를 남기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선구적이고 위대한 발견을 입증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요. 그것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마지막 거인이고, 첫 장의 시작은

!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입니다.

 

아름다운 상상을 하면서 책을 읽어가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는 묵직한 슬픔이 있었어요. 애절한 목소리에 주인공이 느끼는 후회와 부끄러움은 이미 책을 읽고 있는 저의 몫이더라구요. 루스모어가 참담한 결과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결과는 사실 미리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미리 생각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배려할 수는 없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나는 그렇게 하고 있나..하는 생각도요.

 

아름다운 거인과 그들이 주는 우정은 우리의 소중한 존재를 생각하게 합니다. 소중한 존재를 잘 지켜내고 슬픈 결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떻게 배려하고 노력해야 할지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네요. 아이들과 이런 소중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다행입니다.

 

이 책은 디자인 하우스에서 지원 받아 쓴 저의 솔직한 독서 기록입니다. 좋은 책을 출판해 주시고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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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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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을 얘기하자면
표지에 반하고, 제목에 반했다.
그림에 그려진 나뭇잎을 들고 있는 손이 너무 매력적이다.
문득 '글을 쓰는 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고,
나는 자유롭다고
감각해본다’

이 책은 장편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황보름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작가의 그리고 이제 막 독립한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담았다.

나는 '단순 생활자'에 대해 로망이 있다. 인간 관계나 더 나아가서는 인생에서의 미니멀리즘이라고나 할까??! 물론 지금도 나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만족할 수 있으려면 그 만큼의 내공이 필요한 것 같다.

궁금했다. 저자의 '단순 생활자'의 모습이.

‘재건의 도구로 요리가 특히 좋은 건, 매일의 요리가 작은 성취의 경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다른 건 다 망친 하루라도 김치볶음밥 하나 맛깔나게 잘 만들어 먹었다면 그날은 뭐라도 하나 한 거다.
뭐라도 하나 하는 하루가 쌓이다 보면 끝이 난 것 같던 삶도 다시금 열린 문 앞에 서게 된다.’
<나를 위한 요리>중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걷기는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고, 무엇보다 내 두 발로 나아가는 일이라서 완벽히 나에 속한다.
그래서 좋다.’
<그날의 산책>중에서
‘나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집에만 고여 있는 건 못 하는 사람이었다. 집과 다른 곳을 오고 가며 살아야 집에서의 생활에도 에너지가 붙었다. 나와 집 사이의 건강함은 매순간 붙어 지내는 데에서 오지 않고, 수시로 붙고 떨어지는 유연함에서 오기 때문일 거였다. 마치 건강한 인간관계에서처럼.’
<어딘가 갈 곳>중에서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 백배의 글들이 가득하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안에 하나 하나 저자가 부여한 자신만의 묵직한 의미가 담겨있고, 나 하나를 건사하는 일이지만(나는 물론 결혼을 했지만, 포인트는 같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소중히 다뤄져야하는 것들이라는 게 참 공감가고, 꽉 차있단 생각이 든다. 그냥 살아지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이 아닌 나의 대부분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가치있게 채우는 참 똑똑하고 행복한 삶인 듯 하다.

‘글을 쓰며, 글 쓰는 삶엔 흐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무작정 의자에 앉아 '어서 써, 어서 글 써!' 자신에게 윽박을 지른다고 해서 글은 뚝딱 나오지 않았다. 윽박을 지르는 대신, 나를 글쓰기의 흐름 속으로 부드럽게 밀어넣는 요령이 필요했다.
(중략)
밥을 먹을 때마다 먹기 싫어 힘들어하지 않듯, 글을 쓸 때도 쓰기 싫어 힘들어하지 않는 상태로 나를 끌어올리는 것.
(중략)
나는 쓰고 싶다는 마음을 단 한 순간도 놓지 않았다.
나는 흐름을 기다렸다. 어쩌면 흐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흐름을 모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흐름의 초입>중에서

저자의 강단있고 똑똑한 단순 생활자의 모습은 글을 쓰는 모습에서도 너무 잘 보인다. 소설이 인기를 끌기 전 저자는 꽤 오랜시간 무명 작가였고,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직장 생활도 했었다. 마음을 따라 다시 전업 작가가 되었지만 글 쓰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나를 보살피고 생각하고..기다리며
쓰고 싶단 마음을 놓지 않았다는데 왜 내가 이렇게 감동의 쓰나미였던 걸까..
저자에게는 글 쓰기였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이 다른 무엇이든 달라질 것이 있을까.

나의 일상에도 중요한 무언가에도 이런 태도와 애틋함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을 마주하는 힘은 타인에게서 완벽히 벗어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타인이란 존재>중에서
‘내 안에서 혼자 사는 삶은 고독이나 고립과 결코 같은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에게 혼자 사는 삶은 자유, 안락, 편안함에 맞닿아 있다. 자유롭게, 안락하게, 편안하게 일상을 살다가, 일상이 내게 주는 힘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길 바랐던 것 같다.’
<6인용테이블에 앉아>중에서

다른 내용인 듯 하지만 쭉 돌아서 이어지는 원처럼 자연스럽게 일맥상통한다.
마치 내 일상인 듯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내 일상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동기부여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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