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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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을 얘기하자면
표지에 반하고, 제목에 반했다.
그림에 그려진 나뭇잎을 들고 있는 손이 너무 매력적이다.
문득 '글을 쓰는 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고,
나는 자유롭다고
감각해본다’

이 책은 장편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황보름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작가의 그리고 이제 막 독립한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담았다.

나는 '단순 생활자'에 대해 로망이 있다. 인간 관계나 더 나아가서는 인생에서의 미니멀리즘이라고나 할까??! 물론 지금도 나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만족할 수 있으려면 그 만큼의 내공이 필요한 것 같다.

궁금했다. 저자의 '단순 생활자'의 모습이.

‘재건의 도구로 요리가 특히 좋은 건, 매일의 요리가 작은 성취의 경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다른 건 다 망친 하루라도 김치볶음밥 하나 맛깔나게 잘 만들어 먹었다면 그날은 뭐라도 하나 한 거다.
뭐라도 하나 하는 하루가 쌓이다 보면 끝이 난 것 같던 삶도 다시금 열린 문 앞에 서게 된다.’
<나를 위한 요리>중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걷기는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고, 무엇보다 내 두 발로 나아가는 일이라서 완벽히 나에 속한다.
그래서 좋다.’
<그날의 산책>중에서
‘나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집에만 고여 있는 건 못 하는 사람이었다. 집과 다른 곳을 오고 가며 살아야 집에서의 생활에도 에너지가 붙었다. 나와 집 사이의 건강함은 매순간 붙어 지내는 데에서 오지 않고, 수시로 붙고 떨어지는 유연함에서 오기 때문일 거였다. 마치 건강한 인간관계에서처럼.’
<어딘가 갈 곳>중에서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 백배의 글들이 가득하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안에 하나 하나 저자가 부여한 자신만의 묵직한 의미가 담겨있고, 나 하나를 건사하는 일이지만(나는 물론 결혼을 했지만, 포인트는 같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소중히 다뤄져야하는 것들이라는 게 참 공감가고, 꽉 차있단 생각이 든다. 그냥 살아지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이 아닌 나의 대부분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가치있게 채우는 참 똑똑하고 행복한 삶인 듯 하다.

‘글을 쓰며, 글 쓰는 삶엔 흐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무작정 의자에 앉아 '어서 써, 어서 글 써!' 자신에게 윽박을 지른다고 해서 글은 뚝딱 나오지 않았다. 윽박을 지르는 대신, 나를 글쓰기의 흐름 속으로 부드럽게 밀어넣는 요령이 필요했다.
(중략)
밥을 먹을 때마다 먹기 싫어 힘들어하지 않듯, 글을 쓸 때도 쓰기 싫어 힘들어하지 않는 상태로 나를 끌어올리는 것.
(중략)
나는 쓰고 싶다는 마음을 단 한 순간도 놓지 않았다.
나는 흐름을 기다렸다. 어쩌면 흐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흐름을 모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흐름의 초입>중에서

저자의 강단있고 똑똑한 단순 생활자의 모습은 글을 쓰는 모습에서도 너무 잘 보인다. 소설이 인기를 끌기 전 저자는 꽤 오랜시간 무명 작가였고,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직장 생활도 했었다. 마음을 따라 다시 전업 작가가 되었지만 글 쓰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나를 보살피고 생각하고..기다리며
쓰고 싶단 마음을 놓지 않았다는데 왜 내가 이렇게 감동의 쓰나미였던 걸까..
저자에게는 글 쓰기였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이 다른 무엇이든 달라질 것이 있을까.

나의 일상에도 중요한 무언가에도 이런 태도와 애틋함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을 마주하는 힘은 타인에게서 완벽히 벗어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타인이란 존재>중에서
‘내 안에서 혼자 사는 삶은 고독이나 고립과 결코 같은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에게 혼자 사는 삶은 자유, 안락, 편안함에 맞닿아 있다. 자유롭게, 안락하게, 편안하게 일상을 살다가, 일상이 내게 주는 힘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길 바랐던 것 같다.’
<6인용테이블에 앉아>중에서

다른 내용인 듯 하지만 쭉 돌아서 이어지는 원처럼 자연스럽게 일맥상통한다.
마치 내 일상인 듯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내 일상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동기부여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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