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카미유 드 안젤리스-‘본즈 앤 올‘ 세상에는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이 소설은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는 소녀, 매런의 이야기였다.

올해 16살이 된 매런은 사람을 먹는 식인종이었고 최초로 잡아먹은 사람은 아기였던 그녀를 예뻐해주던 베이비시터였다. 그 무렵의 기억은 너무 어릴 때라 매런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 모습을 목격한 엄마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왔다. 평소에는 평범한 아이처럼 지내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을 잡아먹고 만다.

매런이 누군가를 잡아먹는 일이 있는 발생하면 매런의 엄마는 항상 도망가듯 이사를 다니곤 했다. 그래서 매런과 그녀의 엄마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적응할 만하면 이사를 다니는 생활이 반복되곤 했다. 어느 날 매런은 16살 생일을 맞아 엄마와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되었지만 다음날 엄마는 한 장의 쪽지와 그녀의 출생증명서 한 장만을 남긴 채 떠나 버리고 말았다.

그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은 매런은 베낭 하나를 매고서 엄마를 찾아 엄마의 고향으로 떠나게 된다. 엄마를 발견하게 되지만 매런은 차마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채 방향을 틀어 이번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아빠를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매런은 그동안 아빠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엄마 또한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녀에게 남은 아빠의 유일한 힌트는 자신의 출생증명서에 적혀 있는 이름과 고향뿐이었고 무작정 그곳을 향해 매런은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매런은 자신과 같은 종족인 이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였다.

사실 매런이 사람을 잡아먹는 존재로 태어난 건 매런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생활에 지쳐버린 엄마는 떠나버렸고 자신을 유일하게 사랑해주던 엄마마저 사라졌을 때 느꼈던 매런의 상실감이 너무 안타까웠다. 매런은 친구도 없었고 그나마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왔던 아이들은 모두 잡아먹고 말았으니까. 어쩌면 매런은 평생 홀로 외로워 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런이 엄마나 아빠라는 존재에게 느끼고 싶었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을 보면 매런은 언제나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음에 좌절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나아간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래도 매런의 끝이 조금은 행복하기를 바랐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둘이겠구나 생각하며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혼자 남은 매런의 모습에 조금 뒷맛이 씁쓸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밀리 헨리-'우리의 열 번째 여름'

우리의 열 번째 여름
에밀리 헨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해냄 / 2022년 6월

오래된 친구 사이인 파피와 알렉스. 두 사람은 대학교 신입생 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가 되고 매년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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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서로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껴왔지만 '우린 너무 달라. 맞지 않아.' 또는 '우린 그냥 친구사이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며 서로의 감정을 외면하고 억눌러왔다. 그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 각자 다른 상대와 사귀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둘만의 여름휴가는 지속되었으나 2년 전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어색해지고 거리가 멀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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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2년 간 멀어졌던 알렉스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파피가 새로운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시작된다. 2년만에 만난 그들은 서먹하고 어색하지만 여행이 지속되면서 서로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게 이 소설의 주요내용이었다. 이 소설의 전개는 현재의 여름여행과 과거의 여행이 교차로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그 교차진행되는 방식이 좀 혼란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다보니 익숙해진 건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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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과 취향도 전혀 다른 두 남녀가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는 게 억지스럽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져 있어서 오랜만에 가볍고 기분좋은 이야기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 같은 친구나 연인 중 하나의 존재만 곁에 있어도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파피와 알렉스에 대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앨리슨 몽클레어-‘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런던의 한 곳에 아이리스와 그웬이 함께 운영하는 결혼상담소가 있다. 그곳의 회원으로 등록하면 미혼남녀를 짝지어주는 일종의 결혼정보회사로 어느 날 새로운 고객인 틸리가 방문하게 된다. 젊은 여성인 틸리는 고향을 떠나기를 원했고 아이리스와 그웬에게 자신이 원하는 남편상을 이야기한 후 떠났다. 남성 회원들을 살펴본 후 아이리스와 그웬은 디키라는 남자를 소개해주기로 결정하고 그들의 만남을 주선하게 되는데, 며칠 후 틸리가 살해당한 채 발견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틸리는 가슴에 칼을 맞은 후 살해되어 발견되었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그녀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디키가 되었다. 이후 디키는 교도소에 갇히게 되고 그들이 아이리스와 그웬의 결혼상담소의 회원이었고 그를 통해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찰들은 아이리스와 그웬을 찾아오게 된다.

디키가 무죄임을 확신한 그웬은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리스 역시 그웬과 함께 살해당한 틸리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틸리가 그냥 평범한 젊은 여성이 아니었다는 점, 그녀가 가지고 있던 비밀들이 드러나고 아이리스가 가지고 있는 비밀, 그웬이 가지고 있는 슬픔 등등이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사건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펼쳐진다.

처음에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도 복잡하지 않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고 아이리스의 이야기나 그웬의 이야기, 틸리와 그 일당에 대한 이야기 등등도 비교적 잘 어우러져 있었다. 무엇보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런던의 모습, 그리고 그 시절에 살아가던 여성들의 삶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러운 이야기였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글래스 호텔‘

글래스 호텔 ㅣ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래스 호텔은 묘한 이야기였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여러 사건과 그들 각각의 시점들이 교차되어서 진행되는 터라 처음에 이해하는 데 좀 어려움을 느꼈다.

우선 이야기는 한 호텔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그 호텔 유리창에 '깨진 유리조각을 삼켜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 사건은 호텔에서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결국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종업원 폴은 그날부로 호텔에서 해고 당하게 된다. 같은 호텔에서 바텐더로 일하던 폴의 이복여동생인 빈센트는 그날 손님 중 한 명인 조너선 알카이티스와 함께 떠나게 되고 그 낙서 사건은 일단락되게 된다.

호텔을 그만둔 폴은 작곡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알카이티스과 함께 떠난 빈센트는 그와 계약을 하게 된다. 알카이티스은 이미 아내를 사별한 후였고 빈센트보다 나이가 많은 딸이 한 명 있는 남자였다. 그는 빈센트와 결혼을 하지는 않고 대신 결혼한 것처럼 보이는 생활을 제안했고 빈센트는 그의 손을 잡고 가짜 아내 역할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부유한 삶을 살아가던 그들의 삶은 어느 날 알카이티스의 회사가 망하게 되면서 끝을 맞이하게 된다. 알카이티스이 운영하던 회사는 가짜로 그는 폰지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투자자들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던 그들의 사기행각은 결국 한계에 부딪히면서 파멸로 이끌리게 되었다. 알카이티스뿐 아니라 직원들 모두 경찰에 붙잡히게 되었고빈센트는 다른 삶을 떠나 사라진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 폰지사기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리언에게 한 사건의 의뢰가 들어오는데 배에서 사라진 한 여성의 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여자의 이름은 빈센트로 그는 죽은 여자가 오래 전 알카이티스의 아내였던 빈센트였음을 알게 되고 그 죽음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정말 많은 사람과 사건사고가 등장하는 이 이야기에서 결국 중요한 건 알카이티스의 폰지사기 사건이었다. 고층빌딩에서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그들에게 배당금을 주고 또 투자를 받고 돌려막는 사기행각. 그 사건은 결국 많은 이들의 전재산을 잃게 만들고 삶을 무너뜨리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일들이었다. 타인을 속이고 타인의 손으로 부를 축적하며 지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사기꾼들만 믿으며 희망을 품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너무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그렇기에 돈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으며, 누군가는 그 마음을 이용하려 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존 위딩턴-‘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 ㅣ 건들건들 컬렉션
존 위딩턴 지음, 장기현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4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라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역사 속에서 일어난 다양한 암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대 로마, 이집트의 파라오 시대 때부터 시작해서 중세시대의 종교전쟁, 1차 세계대전, 미국 대통령까지 전 역사의 굵직굵직한 시대를 모두 아우르면서 그 속에서 일어났던 사건사고들을 다루고 있었다. 암살이라고 해서 보통 떠오르는 총을 쓰거나 칼로 찌르거나 독을 먹이는 것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방법들로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며 역사가 발전해왔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고대에서는 오히려 가족들, 친족들 간에 서로 죽고 죽이는 일들이 빈번했고 아내의 손에 목이 졸려 죽는 경우도 허다했고 주변의 친지가 죽어가는 일이 빈번했음에도 정확한 사인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묻히는 일들도 많았다.

왕권의 주변에서는 왕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권력을 얻기 위해서 암살이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현대로 오면서도 암살에서 권력은 중요한 것 같지만 조금씩 더 신념의 문제도 강해지는 것 같았다. 종교적인 문제, 가치관의 대립, 이념 간의 갈등 등 결국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적을 죽이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았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전 세계적인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이유로 누군가를 죽이고 또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해오며 역사가 진행되었는지 생각하면 조금 아찔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암살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이 가진 정당성이 있었고 옳은 일을 한다고 여겨 누군가를 죽였는지 사실 그 행동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그 가치관이 옳다고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애초에 지금 내가 누군가를 죽여서 자신의 목적을 쟁취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때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살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우리가 지나온 길에,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얼룩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다.